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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리나라 고유종 칼납자루, 철마천에 살아요!" 하천 사랑하는 마음, 고등학생들에게 배우다

[취재파일] "우리나라 고유종 칼납자루, 철마천에 살아요!" 하천 사랑하는 마음, 고등학생들에게 배우다
‘아홉 구비 돌아드니 절로 마음 흥겨워라
물고기 노닐고 새들 지저귀는 즐거운 장천
산발치 푸른 계곡 구름만이 아득한데  
굽이치는 물소리만 동천 고을 울리네‘
(九曲興來心自然  遊魚啼鳥樂長川  碧溪山下雲深處  曲曲鳴波聞洞天)

  조선조 말엽 부산 기장 지역의 선비 추파(秋波) 오기영(吳璣泳)이 지은 장전구곡가(長田九曲歌)는 지금 부산광역시 기장군 회동수원지(저수지) 상류 철마천의 아름다운 풍광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노래의 장천이 바로 철마천(鐵馬川)이다. 백두대간 낙동정맥의 남단 산줄기 문래봉 남쪽에서 물길을 이뤄 철마면을 휘감아 수영강으로 합류하는 까닭에 보통 철마천이라고 부른다.

회동수원지는 부산 수영만으로 흘러드는 수영강의 중간 본류를 댐으로 막아 만들었다. 부산 동부 지역 기장군과 수영, 해운대 일대 20만 주민의 식수원이며, 호수 주위 경관이 뛰어나 부산시민들이 휴식처로 즐겨 찾는 곳이다. 이름도 생소한 지방의 하천이 여러 하천 전문가와 하천 보호 활동 시민들 사이에 단박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됐다.

지난 8월 12일부터 14일까지 부산 동의대 캠퍼스에서 열린 제 14회 한국 강의 날 대회(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부산하천살리기시민운동본부 주최)에서 부산 브니엘고 학생들이 철마천을 주제로 발표 무대에 오르면서부터다.

“저희 학교는 철마천이 흘러드는 회동수원지 바로 옆에 있습니다. 회동수원지는 부산 시민들의 상수원이기 때문에 철마천은 전체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철마천이 저희에게는 가장 가까운 하천이면서 우리 고장의 젖줄이기 때문에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자면 여기에 어떤 생명들이 살고 있는지, 생태는 어떤지 알아야겠기에...”

발표자로 나선 1학년 김수환 군은 다소 수줍은 표정이었다. 심사단과 청중도 처음엔 시큰둥한 분위기였다. 중고등학생들의 자연 보호 활동이라면 두드러지는 색상의 조끼 유니폼을 걸치고 집게와 쓰레기봉투 들고 주변에 널린 빈병이나 깡통, 폐지나 담배꽁초 주워 담은 뒤 어디의 무슨 단체 자원봉사 활동이라고 적힌 펼침막 걸고 사진 찍는 경우가 대부분인 까닭이다. 브니엘고 학생들은 차원이 달랐다. 요약 자료와 사진을 펼쳐 보이며 활동 보고를 쏟아내기 시작하자 발표장은 달아올랐다. 
 
<철마천의 어종 분포 및 환경실태 연구>가 발표 주제였다. 지난 해(2014년) 4월과 6월에 걸쳐 2차례 하천 생태 조사를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건져 올렸다. 우리나라 고유 어종인 긴몰개(Squalidus gracilis majimae)와 칼납자루(Acheilognathus koreensis)를 찾아낸 것이다. 또 다른 고유 어종 각시붕어(Rhodeus uyekii)도 철마천에 서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 나가기 전에 문헌 조사를 통해 해당 하천의 생태에 관한 유일한 연구 자료로 2007년 부산시가 작성한 보고서를 찾아내 꼼꼼히 살폈기에 비교 설명이 가능했다. 전문 연구자들과 다름없는 탐구 자세다. 덕분에 공공 기관의 공식적인 선행 연구에도 올라있지 않은 어종을 고등학생들이 셋이나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조사 연구를 통해 학생들은 하천 생태에 관해서도 체계적인 지식을 쌓아나갔다. 납자루와 각시붕어는 봄철 민물조개 몸 안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으므로, 철마천은 이들 어종과 공생하는 민물조개류가 살 정도로 수질이나 바닥 상태가 양호함을 나타낸다고 학생들은 보고서를 이어갔다.

그러나 주변 마을의 생활 오수와 식당업소들의 하수가 흘러들고, 미나리를 비롯해 농작물 재배 농가들이 독성 높은 저가의 농약을 많이 쓰면서, 농약병과 쓰레기가 하천을 더럽히고 이 때문에 물고기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학생들은 지적했다.
특히 올해엔 홍수에 대비한다며 지자체(부산시, 기장군)가 하천 바닥을 파헤치고 콘크리트 블록으로 하천을 곧게 펴는 바람에 흙탕물이 넘쳐나고 하천 생태계가 훼손되는 실태를 보고하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크고 유명한 하천도 중요하지만, 큰 하천은 중, 상류의 작은 물줄기가 모여서 이뤄지는 것이니만큼 철마천과 같은 지역의 작은 하천부터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발표를 마무리 지었다. 우리나라 하천 관리 정책의 문제를 정곡으로 찌른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지역 언론도 올해 비슷하게 문제점을 제기했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수해의 복구를 위해 현재 부산 총 69곳에 2천157억 원이 투입돼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수해 복구가 정해진 기간 안에 예산을 소진한다고 포클레인과 콘크리트를 동원해 속전속결 '강성'으로 진행되면서 하천 생태를 짓밟고 있다. 수영강 상류에선 침식을 막는다고 시멘트를 갖다 바르고 있고 둔치에 풍성하던 자연습지와 버들 군락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기장군 철마천과 좌광천도 생태가 거덜날 정도로 파헤쳐지고 있다... 생태는 뒷전인 채 수해 방지를 위해 아예 '철벽' 바닥 및 호안 공사를 한 것이다. 대단한 행정 편의주의다. <부산일보 2015. 4.27, 사설>
학생들의 탐구 활동은 ‘물고기자리’라는 교내 동아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1,2학년 12명이 주제를 선정해 1년 동안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현장을 조사하며 결과를 분석하고 토의해 소논문으로 집약했다.

동아리를 지도하는 이현철 교사는 국어 과목을 맡고 있지만 민물고기 생태에 관심이 많아 개인적으로 조사 연구하는 시민 과학자이기도 하다. 전문성 갖춘 교사와 호기심 많은 학생들은 열의로 일군 연구 성과로 부산 교육청 주최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내처 한국 강의 날 대회에도 나가 전국에서 모인 하천 보전 활동 44팀 가운데 본선 진출 13팀에 들었고, 심사위원들과 참가자 가운데 무작위로 위촉된 100명의 패널 투표 결과 4위에 올랐다. 대회 본선 1~5위팀은 대회조직위로부터 비용을 지원 받아 8월 말 일본 센다이에서 열리는 일본 강의 날 대회에 참가한다.

동아리 대표 1학년 김수환 군은 현지에서 자신들의 연구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천과 물 환경에 관해 국제적으로 시야를 넓히고 장차 진로 방향 설정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부산 브니엘고 학생들의 하천 생태조사 활동을 통해 우리 하천이 얼마나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지 실상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 수해 복구를 구실로 지자체가 하천 바닥을 파내고 천변 제방을 콘크리트 블록으로 높게 가지런히 쌓아올린다. 언뜻 단정해보이지만 당장 흙탕물이 수원지로 흘러들고 민물고기 생태에 악영향을 던질 것은 자명하다.

상류에서부터 물을 바로 빼내려고만 하니 비가 내려 불어난 물이 곧게 편 하천 공간을 마치 고속도로처럼 달려 내려가 아래쪽 저수지로 모여든다. 전국에 걸쳐 이런 식의 하천 공사를 되풀이하니 본류 하천이 부담하는 홍수량은 늘어나게 된다. 댐으로 막은 대형 호수나 중소 규모 인공호수도 마찬가지다. 수문 조절에 조금이라도 실수나 착오를 일으키면 사람과 집, 산업시설이 모여 있는 큰 하천 주변은 침수 피해를 겪을 수 있다.

부산 기장 철마천은 서울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작은 하천에 불과하지만 하천은 지역이 어디든 상관없이 우리 강산의 소중한 혈맥이다. 부산 시민들에겐 생활에 필요한 수돗물의 원천이니 생명수나 다름없다. 의식 높은 시민이라면 어느 지역에 살든 각자 자기 주변의 작은 하천 줄기부터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철마천은 브니엘고 학생들에게 거리로나 정서로나 가장 가까운 하천이다. 제 고장 하천이 가장 소중함을 깨달아 거기에 깃든 생명, 민물고기 생태를 탐구하며 하천 생태 훼손의 문제를 고등학생들이 짚어주었다.

자연 생태와 환경에 대해 생각이 깊을 뿐만 아니라 실천 행동거지가 의젓한 청소년들을 보게 되니 반갑고 든든하다. 이들이 미래 세대의 주역으로 자라나 이 시대 어른들이 훼집어놓은 자연과 환경 치유에 힘써 주리라 기대하며 두 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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