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불법 무자료거래에 대해 세관이 칼을 뽑아들었습니다. 지난 2013년 5월부터 2년 여 동안의 수사 끝에 의류 수출업자와 밀수출 브로커, 환전상의 3각 커넥션을 파헤쳐 관세청 개청이래 사상 최대 규모인 2조 4천억 원 규모의 불법 환전 사범 91명을 무더기로 검거했습니다.
● 3각 커넥션의 실체…범죄 수법
1. 의류 수출업자와 밀수출 브로커의 은밀한 거래
의류수출업자들은 먼저 일본의 수입자로부터 의류제작 주문이 들어오면 원부자재 업체와 임가공 공장, 시장상인들을 통해 무자료로 제조나 구매를 합니다. 물량이 확보되면 일본에 수출할 의류를 운송 및 밀수출 환치기 전문 브로커에게 맡겼습니다. 매출을 누락시켜 탈세를 할 목적이었습니다. 밀수출 의뢰를 받은 브로커는 먼저 통관에 필요한 수출신고서를 작성해 세관에 보냅니다. 그런데 이 수출신고서는 허위로 작성된 겁니다. 수출업자는 외국인이 국내에서 의류를 구입해 수출하는 것처럼 위조됐고 수입업자도 가짜입니다. 뿐만 아니라 수출 품목도 수량도 모두 허위로 기재했습니다.
● 어떻게 가능했을까?
세관은 무역업체의 물류비용 절감이나 신속 통관을 위해 '선 수출 후 심사'를 합니다. 수출 검사는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않고 사후 심사를 하다 보니 통관절차가 허술할 수 밖에 없습니다. 브로커들은 이런 제도적 맹점을 악용했습니다. 그래서 수출 품목 검사 없이 전자 결제로 수출신고서를 받아 통관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브로커 협력업체에서 밀수출 의류를 받아 일본 수입업자에게 건네주고 대금을 받았습니다. 지난 2010년 1월부터 지난 6월 말까지 5년여간 의류수출업자 67명이 밀수출한 금액은 1838억 원에 이릅니다.
2. 결제 대금의 국내 반입은 어떻게?
문제는 결제 대금을 어떻게 국내로 들여오는가 하는 겁니다. 브로커들은 보따리상이나 일본인 재일교포 등 인편을 통해 현금으로 들여왔습니다. 관계 당국에 어떤 방법으로 통과가 가능했을까? 이들은 외국인 명의로 수출 거래와 관계가 없는 사업자금이나 물품 구입비(쇼핑) , 카지노 등의 명목으로 위장 신고 후에 국내로 결제 대금을 가져 왔습니다. 그리고 의류수출업자에게 수수료를 제하고 외화를 전달했습니다. 이러한 불법 반입 자금은 5개 업체에서 모두 2,700억 원 규모입니다.
3. 의류 수출업자와 환전상의 조직적인 은밀한 거래…외국인 여권 사본 도용
의류수출업자들은 외화를 원화로 바꾸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들은 국내 메이저 환전업체를 이용해 불법 환전을 해왔습니다. 그러면 이 환전업체는 어떤 수법으로 당국의 눈을 피해 환전을 했을까요? 불법 환전에는 미리 준비해 둔 외국인 관광객 390여 명의 여권 사본이 동원됐습니다. 이 환전 업소에 환전을 하러 온 외국인 관광객의 여권을 복사해 둔 걸 이용한 겁니다.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여권을 도용당한 셈입니다.
이들은 외국인 여권 사본을 이용해 1인 당 5천 달러 이하로 잘게 쪼개 소액환전 한 것처럼 환전 기록을 조작하여 의류수출업자들의 환전 내역을 은폐한 겁니다. 현행제도상 동일한 날짜에 동일한 사람이 2만 달러 이상 환전의 경우 한국은행이나 외국환 은행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또 만 달러 이상은 적합한 돈인지 유무를 환전소에서 확인토록 하고 있습니다. 환전상은 이러한 제도의 맹점을 악용한 겁니다. 세관은 이 메이저 환전업체 한곳에서만 불법 환전된 규모가 1조 8천억 원 상당을 밝혀냈습니다.
● 남는 문제들…제도적 맹점 고쳐야
1. 무자료 거래 수사 밝힐 것 많이 남아 있다
세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메이저 환전업체는 대략 5개소 정도 된다고 합니다. 중 소규모 환전소까지 합치면 훨씬 많겠죠. 그런데 이번에 적발된 메이저 환전소는 단 한 곳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불법 환전 규모는 1조 8천억 원 규모에 이릅니다. 세관은 다른 환전소도 불법 환전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또 이번에 적발된 67개 의류 수출업자들의 지난 5년간 밀수출 규모는 1838억 원 규모입니다. 그런데 밀수출 전문 브로커 5개 업체를 수사해 본 결과 사업 자금 등의 명목으로 불법 반입된 외화는 모두 2700억 원 규모로 나머지 860여억 원은 다른 밀수출 대금일 가능성이 큽니다.
2. 법적 제도적 맹점 보완 필요
지금껏 동대문과 남대문 등지에서 제조 , 수출되는 의류는 무자료 거래 관행이 만연되어 조세 관청에서 조차 접근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였던 만큼 이번 기회에 지하경제 양성화와 조세 형평 차원에서 지속적인 단속과 조세 정의를 세울 필요가 큽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무역업체의 편의도 중요하지만 통관절차상 수출 품목에 대한 불시 또 수시 검사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후 심사의 허점을 보완해 줄 사전 불시 검사의 비율을 높여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또 2만 달러 이상 환전 시 신고와 1만 달러 이상 적합성 여부 확인 등의 규정이 악용되지 않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환전상에 대한 지도 점검과 단속이 시급합니다. 아울러 이번에 드러난 수법인 외국인 명의의 위장 수출이나 미신고 수출에 대한 추적 수사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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