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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미관계 개선' 쿠바에 구애의 손길

김정은 러시아서 카스트로 의장과 회담 가능성

북한이 쿠바와 미국의 급속한 관계개선 움직임에는 침묵한 채 쿠바와 '전투적 친선'을 강조하고 있다.

쿠바와 미국은 지난해 12월 국교 정상화를 선언하고 지난 14일에는 오바마 행정부가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키로 하는 등 양국관계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4개월이 지난 21일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이런 사실을 소개하지 않고 있다.

마치 미국과 쿠바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여전히 북한·쿠바 간의 전통적인 친선을 내세우며 쿠바를 '반미'와 엮어 대미 비난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21일 김일성 103회 생일을 맞아 전날 주북 쿠바 대사가 마련한 연회에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숙 대외문화연락위원장, 신홍철 외무성 부상 등이 초청을 받아 양국의 전통적 친선을 다짐했다고 전했다.

양 부위원장은 연회 연설에서 "쿠바 인민이 해마다 우리 인민과 태양절을 뜻깊게 경축하는 것은 두 나라 친선협조관계의 공고성과 불패성의 과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쿠바와의 전투적 친선과 단결의 유대를 공고 발전시키는 것은 공화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며 "반제자주, 사회주의를 위한 공동투쟁의 길에서 언제나 형제적 쿠바 인민과 한 전호에 서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앞서 지난 3월 리수용 외무상은 쿠바와 미국의 국교 정상화 선언 이후 북한 고위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인사와 '구두친서'를 전하는 등 양국간 친선을 도모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은 쿠바에 대한 미국의 과거 '붕괴작전'과 '봉쇄' 전력을 들먹이며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반미성토 발언과 체 게바라의 사망을 부각하기도 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1960년대 쿠바 미사일 위기를 비난한데 이어 10일에는 '테러왕초 미국의 죄악의 역사를 고발한다' 시리즈 1회에서 카스트로 정권에 대한 미국의 '모략책동'을 성토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에서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반미를 외치는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쿠바까지 미국과 관계 개선이 이뤄지는 상황이 상당히 불편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재 북한은 핵문제로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본토 타격과 핵전쟁 불사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형국이다.

쿠바와 달리 핵을 보유한 북한이어서 북미간 갈등은 단기적으로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해소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에게 반미를 기치로 친선의 오랜 전통을 가진 쿠바가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하고 있다는 현실을 소개하기가 달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쿠바는 북한의 중남미 외교의 거점으로 미국과 관계가 풀려가는 현재 상황이 불편하더라도 친선 관계를 이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북한이 쿠바에 대한 외교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다음달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대전 승리 70주년 행사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할 경우 이미 참석이 확정된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만나 변함없는 친선을 세계무대에 과시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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