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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탄 지옥' 라오스 한 여성 덕에 공포 벗는다

베트남전 당시 투하된 불발탄으로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던 라오스가 한 여성의 꾸준한 활동 덕분에 '폭탄 공포'에서 벗어날 길을 찾았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라오스계 미국인 차나파 캄봉사(42·여)의 적극적인 불발탄 제거 활동으로 미국의 지원 예산이 10년만에 5배 가까이 늘어나고 불발탄 발견 및 제거 사례가 연간 5만여건에 달했다고 6일 전했다.

잘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라오스는 전사에 찾아보기 힘든 혹독한 공습을 당한 곳이다.

1964년부터 1973년까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폭격기는 라오스에 58만차례에 걸쳐 집속탄을 투하했다.

타깃은 라오스에 숨어들어간 북베트남군과 이들의 동맹이었던 라오스 공산당이었다.

미국은 라오스에 대한 공습 사실을 시인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폭격은 '비밀 전쟁'(Secret War)으로 불린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폭탄에 의한 피해는 계속됐다.

베트남전 종전 이후 라오스에서만 미군이 투하한 불발 집속탄에 의해 8천명이 숨지고 1만2천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량 살상용 무기로 고안된 집속탄은 한개의 폭탄속에 또다른 폭탄이 들어가 있어 목표지점 위의 공중에서 먼저 터진 다음 그 안의 소형 자폭탄들이 지상으로 쏟아져나오면서 치명상을 입힌다.

하지만 라오스에 떨어진 집속탄은 투하 당시 충격을 우기의 진흙뻘이 흡수하는 바람에 상당수가 터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미군이 투하한 집속탄 가운데 30%가 폭발하지 않은채 땅속에 남겨져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과 1년반전에도 라오스 서북부 화이카이 지역에서 불발탄 폭발로 숲속에서 놀던 아이 2명과 여성 1명이 숨진 일이 있었다.

죽은 아이들과 함께 놀던 두명의 소년은 끔찍한 부상을 입은채 다리를 절며 살아가고 있다.

25년째 전세계에서 지뢰 해체 작업을 벌여온 영국인 팀 라드너는 "라오스의 폭탄 오염 규모는 어마어마하다"며 "아프가니스탄, 캄보디아, 앙골라 등 전화를 겪었던 어떤 나라보다도 땅에 파묻힌 불발탄 규모가 더 많다"고 전했다.

라오스의 이런 고통스런 실상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반전운동가 프레드 브랜프맨 때문이었다.

비밀전쟁의 실상을 폭로했던 브랜프맨은 당시 미군의 폭격장면을 그린 라오스인들의 그림을 모아 전시했다.

이 그림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이가 바로 차나파였다.

6살때인 1979년 라오스를 떠나와 고국민의 피해와 고통을 전혀 모르고 살았었다.

2004년 차나파는 불발탄 피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전쟁의 유물' 운동을 창설하고 본격적으로 불발탄 제거 활동에 나섰다.

차나파의 활동 덕분에 미국은 라오스에 대한 불발탄 제거 예산을 연간 1천200만달러로 늘렸다.

10년전만해도 250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불발탄 제거팀이 라오스 전역에서 활동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논밭, 정글을 헤집고 다니며 불발탄과 지뢰 수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작년만 해도 모두 5만6천400여개의 불발탄을 발견해 해체했다.

차나파는 "이 세계에는 평생 풀 수 없는 수많은 문제가 있지만 이 문제만큼은 푸는게 가능하다"며 "오랫동안 방치돼 왔던 문제지만 노력을 배가해 이 임무를 마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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