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 EWTS을 터키에서 도입하면서 장비 가격을 3배 가까이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500억대 장비가 1300억대로 둔갑했고 차액은 이 회장 등이 나눠 가진 혐의가 드러나고 있는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 이미 8년 전에 실체가 낱낱이 드러났었습니다. 요즘 방산비리 정부 합동수사단에서 새어 나오는 수사 결과보다 2007년 국정감사에서 훨씬 구체적으로 폭로됐습니다. 하지만 국회도 검찰도 감사원도 군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사건을 덮었고 나랏돈 900억원은 증발했습니다.
● '이규태 비리' 8년 전 포착…역시 묵살했다
2007년 10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사청 국감에서 당시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은 터키에서 들여올 예정인 EWTS의 부실을 폭로했습니다. EWTS는 북한의 대공 미사일, 전투기 등의 공격 상황을 가정해 우리 공군이 회피와 반격을 연습하는 장비입니다.
EWTS의 애초 ROC(군 요구 사양)는 북한의 22개 위협요소를 요구했지만 이규태 회장이 개입하면서 5개로 대폭 줄었습니다. 지난 달 북한이 시험 발사한 지대공 미사일 SA-2, SA-5를 비롯해 북한의 주력 전투기 MIG-21, 23, 29 등이 EWTS 프로그램에서 배제됐습니다. 대신 북한은 가지고 있지도 않은 지대공 미사일 SA-6, SA-8이 EWTS에 포함됐습니다. 송영선 의원은 “터키 EWTS로는 전자전 훈련이 불가능하다”고 방사청과 공군을 질타했습니다.
또 불곰사업으로 처벌받았던 이 회장이 불곰사업과 유사한 정부 대 정부 사업에 다시 참여한 것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방사청에는 비리 무기상을 관리하고 멀리해야 하는 규정이 있는데도 이 회장의 일광공영이 EWTS 사업에 주도하는 것은 누군가의 비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국정감사가 마무리되고 국회 국방위는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한나라당은 국정감사 백서를 통해 EWTS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기관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군 검찰이 수사를 했다는 이야기는 있는데 흐지부지됐습니다. 2007년이면 EWTS 사업 계약 전이어서 당시에 이 회장을 제대로 조사했다면 부실 장비 도입, 국고 낭비는 없었습니다. 국정감사 기간부터 한동안 일광공영은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 수사를 막기 위한 전방위 로비를 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방산비리 적폐는 없다…은폐가 있을 뿐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또 다시 방산비리 적폐(積弊)를 뿌리 뽑으라고 지시했지만 방산비리에 적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어떤 이유로 과거에 덮었을 뿐이지 적폐, 즉 쌓이고 쌓인 구조적인 비리가 아닙니다. 적폐는 방산비리가 아니라 권력기관의 은폐 습성에 도사리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본 취재파일 코너를 통해 수차례 호소했지만 누가 누구의 지시를 받고 대형 사건을 은폐했는지를 수사해서 그들의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