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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하고만 있지 않아'…회사 상대로 힘 모으는 개미

'3천 주 위임합니다' '1만8천 주 추가 위임할게요' 한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팬오션 소액주주 권리 찾기' 카페에서 실시간으로 주식 위임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팬오션이 조만간 법원에 제출할 변경회생계획안(이하 변경안)에 감자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자 소액주주들이 소매를 걷어붙인 것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카페의 소액주주 대표는 "카페를 개설한 지 약 20일이 지났다"며 "현재 위임 의사를 밝힌 주식 수가 3천만 주를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소액주주가 현재 카페에서 주식 위임 의사를 모으는 이유는 실제로 팬오션이 제출할 변경안에 감자안이 포함되면, 변경안을 부결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변경안은 관계인 집회에서 참석 주주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현재 팬오션이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났기 때문에 구주주에게 투표권이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팬오션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으로 지분율이 13.00%(약 2천790만 주)입니다.

따라서 해당 카페를 통해 위임 의사가 밝혀진 소액주주들의 주식 수는 이미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넘어선 수준입니다.

기존 소액주주들은 변경안에 감자가 포함되면 기존 주주들은 큰 피해를 보는 반면 팬오션 인수자인 하림그룹 측이 과도한 이득을 얻는다고 비난합니다.

소액주주 대표는 "추가로 감자를 한 후 인수자가 유상증자를 하면 지분율이 크게 올라간다"면서 "인수자가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지분만 빼고 나머지 주식을 팔아 현금이 들어오면 '손 안대고 코 푼 격'으로 팬오션을 인수하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로서는 팬오션과 하림 양측 모두 변경안에 감자가 포함될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 상황입니다.

앞서 팬오션의 최대주주가 변경되기 전 채권단의 손실률을 감안해 기존 주주에 대한 감자가 진행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지난 2일 팬오션 주가는 하한가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이에 지난 4일 팬오션은 "변경회생계획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확정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공시를 낸 바 있습니다.

소액주주 대표는 "늦어도 내달 중순까지는 제출될 변경안에 감자가 포함되면 정식으로 주식 위임 작업에 들어가고, 최악의 상황이 오면 민·형사 소송을 통해 팬오션과 하림의 본계약을 파기하는 방법까지도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소액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힘을 모은 사례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0일 삼환기업 소액주주들은 노조와 함께 주주총회에서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주주 일가를 경영진에서 물러나게 했습니다.

이에 최용권 명예회장의 장남 최제욱씨와 대주주 일가가 내세운 신양호씨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부결됐습니다.

또 회사가 애초 원했던 감사보수 한도 4억 원도 당시 주총에서 절반 수준인 2억 원으로 삭감되기도 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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