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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슬람 광고'를 차별 철폐 미술작품으로

"표현의 자유가 증오를 퍼뜨리는 면허증 아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버스에 붙어 있던 반(反)이슬람 광고물에 거리 예술가들이 만화 캐릭터를덧칠해 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메시지로 뒤바꿔 놓았다.

2012년 파멜라 겔러라는 인사가 이끄는 '미국 자유 수호 이니셔티브'라는 극우 단체는 이슬람을 비난하는 광고를 샌프란시스코의 버스와 뉴욕의 지하철 열차에 내기 시작했다.

광고 중에는 시온주의에 강력히 반발했던 팔레스타인 민족운동 지도자 하지 아민 알-후세이니(1897년경∼1974년)와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1889∼1945)를 사진으로 나란히 실은 경우도 있었다.

뉴욕 교통공단은 처음에 광고 게재를 거부했으나, 이런 광고 역시 헌법상 보호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어쩔 수 없이 이를 실어 줘야 했다.

종교적·인종적 증오를 부추기는 광고가 실리자 이를 삭제하라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랐으나, 뾰족한 대응 수단은 없었다.

샌프란시스코 시 교통공단(뮤니)은 광고비를 샌프란시스코 인권위원회(HRC)에 기부하는 한편, 평화·사랑·수용·존중이라는 '샌프란시스코의 가치'를 홍보하는 자체 광고로 대응했지만, 반이슬람 광고가 붙은 뮤니 버스 50대는 여전히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샌프란시스코의 거리 예술가들이 이 반이슬람 광고물에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 '카말라 칸'를 이용해 덧칠을 함으로써 평화와 관용을 촉구하는 미술 작품으로 뒤바꿔 놓았다.

변신 초능력을 지닌 슈퍼헤로인 '미즈 마블'로 활약하는 이 캐릭터는 2013년에 처음 등장했는데, 파키스탄계 미국인이며 무슬림인 16세 소녀로 설정돼 있다.

마블 코믹스의 주인공이 무슬림으로 설정된 경우는 칸이 처음이었다.

거리 예술가들은 이와 함께 "인종차별 근절", "표현의 자유가 증오를 퍼뜨리는 면허증은 아니다" 등 구호와 함께 빨간 하트를 광고물 위에 덧칠했다.

이는 광고 훼손에 해당하지만, 뮤니는 이에 대해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뮤니 공보 직원인 폴 로즈는 현지 신문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에 "차량에 붙은 광고물을 보수하거나 대체하는 것은 우리 업무 범위가 아니다"라며 "광고를 제작한 대행사가 광고주와 함께 관리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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