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작업중 사망…北거주 유족에 손해배상하라"

산업재해로 사망한 탈북자의 북한 거주 유가족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한국 법원이 북한에 사는 유가족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도 이례적입니다.

더욱이 경직된 남북관계로 인해 배상금이 실제 유가족에게 전달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울산지법 제4민사부는 잠수부로 일하다 사망한 한 탈북자의 북한 거주 부모와 배우자가 선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선장 등은 북한 유가족 3명에게 1억1천만원 상당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탈북자는 탈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11년부터 동해안에서 해산물 채취 작업을 하는 잠수부로 일하다가 3년 만인 재작년 3월 잠수 작업 중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재판부는 "사망 원인이 된 일산화탄소는 선박 엔진 배기구에서 나온 불꽃이 공기 유입호스를 통해 공기정화기에 있는 숯에 착화되는 등의 가능성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선장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기구와 공기 유입호스 거리를 두는 등 조치를 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선원도 즉시 잠수부를 올려 구호하지 못했고, 사용자인 선주도 선장과 선원의 직무집행상 불법행위 때문에 일어난 이 사고와 관련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숨진 탈북자도 조업 전에 생명과 직결된 공기정화기나 공기 유입호스와 배기구의 이격 거리 등을 직접 확인해 스스로 안전을 도모했어야 했다"며 "피고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소송은 먼저 탈북해 국내에서 생활하고 있던 탈북자의 형이 재작년 8월 법원으로부터 재판의 법정대리인이자 재산관리인으로 선임된 뒤 제기해 이뤄졌습니다.

소송의 원고는 북한에 사는 부모와 배우자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가족은 1년 5개월여간 진행된 민사소송에서 일부 승소하며 1억1천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지만 남북관계 등에 비춰 배상금이 당장 이들에게 전달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손해배상금이 당장 전달되지 않으면 민법의 '재산관리인에 관한 규정'에 따라 소송을 대리해 진행한 법정대리인이자 재산관리인으로 선임된 형이 보관해야 합니다.

또 1년에 한 번씩 법원으로부터 배상금을 잘 관리하는지 재산관리 상황을 보고해야 합니다.

피고들이 항소해 재판이 계속될 수 있지만 이후 1심 판결대로 확정될 경우 손해배상금은 재산관리인인 형이 은행에 예치해 두거나 북한 유가족들이 탈북해 받아가기 전까지는 당장 손을 대기 어려울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