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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업자 돈받은 현직 판사 체포에 법원 '침통'

현직 판사가 비위를 저질러 긴급체포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법원은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2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최민호(43·사법연수원 31기) 수원지법 판사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 적부심이 열렸다.

최 판사는 '명동 사채왕' 최모(61·구속기소)씨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긴급체포돼 검찰이 전날 밤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현직 판사가 동료 판사로부터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는 초유의 상황이 될 뻔했지만, 최 판사가 영장심사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법원은 수사기록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피의자 심문을 대신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밤 결정될 예정이다.

판사를 피의자로 마주해야 하는 상황은 일단 면했지만, 이날 법원의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가라앉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26일 열 예정이던 '한성재판소 설립 120주년 기념 소통컨퍼런스'도 잠정 연기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이 행사는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법원이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 준비했고 양창수 전 대법관과 박은수 전 국회의원, 한인섭 서울대 교수 등 주요 인사들도 대거 초청해 바람직한 법관상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내부 회의에서 이런 상황에 대외 행사는 적절치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 판사가 형사 사건으로 구속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법정에 들어선 판사들의 얼굴도 어두웠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다들 겉으로 큰 내색은 안 하지만, 내심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판사들이 받은 충격이 이토록 큰 것은 현직 판사가 사건 관계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긴급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2006년 법조 브로커 사건에 연루됐던 조관행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검찰 소환 조사를 받던 중 사표를 내고 법관에서 물러난 바 있다.

판사들 사이에서는 한순간의 돈의 유혹에 넘어가 소중한 명예를 맞바꾼 최 판사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또 사법부가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국민의 신뢰를 이 사건이 한꺼번에 무너뜨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크다.

명예와 권위를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판사 집단에 이 사건은 큰 상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져 당혹스럽다"며 "아무래도 판사들의 수가 많아지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 것 같다. 판사들의 임용 과정에서 보다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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