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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픔 아직도"…딸 폭행사건에 '눈물의 나날'

"이제 겨우 네 살인 우리 딸이 평생 짊어져야 할 학대의 상처를 부모로서 어떻게 지켜봐야 할지 가슴이 미어집니다."

강원 원주에 사는 서 모(48·여)씨는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을 계기로 잇따라 제기되는 어린이 보육·교육 시설들의 폭행 사례를 보면서 2년여 전 여름의 아픔이 또 가슴을 파고들어 몸서리치고 있습니다.

맞벌이였던 서 씨 부부는 사설 '돌봄이' A(당시 50세·여)씨에게 늦둥이 딸 서연(당시 17개월) 양을 맡겼다가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일을 겪었습니다.

서씨 는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딸 서연이가 폭행을 당한 2013년 여름 이전으로 되돌려 달라고 매일 간절히 기도합니다.

A씨의 폭행이 있은 지 벌써 2년여가 지났지만 딸 서연이는 그때 입은 뇌손상으로 보행장애와 시력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자신을 바라보는 딸 서연이의 눈이 엉뚱한 곳을 응시할 때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딸 서연이가 오른발을 조금씩 절룩거릴 때마다 서 씨는 가슴을 치고 통곡합니다.

"내 딸 서연이를 그때 그 돌봄이에게 맡기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돌봄이를 쓰지 않았더라면…" 눈을 감으면 차라리 악몽이었으면 좋겠다고 빌었고, 눈을 뜨면 매일같이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단란했던 서 씨의 가족과 딸 서연이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2년 전인 2013년 7월 12일.

2개월간 딸을 돌보던 A씨는 당시 17개월이던 서연이가 칭얼거리며 말을 듣지 않자 손바닥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렸습니다.

이 사건으로 딸 서연이는 한때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수술을 받고 겨우 깨어났지만, 왼쪽 뇌손상으로 평생 장애를 앓을 수 있다는 담당 의사의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A씨는 처음에는 자신의 폭행을 부인했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딸 서연이의 병명을 알지 못해 장시간 검사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A씨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폭행을 인정하고 뇌손상에 대한 조치를 빨리 취했더라면 딸 서연이의 상태는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서 씨는 딸 서연이를 폭행 학대하고 그 사실을 모른 체 한 A씨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서 씨는 그해 여름 A씨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딸 서연이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는 A씨에게 '아동복지법'이 아닌 '중상해'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검찰은 숙고 끝에 A씨에 대한 공소장을 변경해 '중상해' 혐의를 적용하고 징역 7년을 구형했습니다.

이어 1심 법원과 항소심 법원은 "피해 아동이 평생 신체적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점, 아동에 대한 폭력은 어떠한 이유든 정당화될 수 없다"며 A씨에게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딸 서연이를 학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씨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A씨의 폭행으로 신체적 장애를 안게 된 딸 서연이는 여전히 악몽에서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서연이는 한밤중에 자다가 일어나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울음을 터트립니다.

한바탕 울고 나서야 겨우 잠이 드는 서연이를 지켜봐야 하는 서 씨 가족의 가슴은 시커멓게 멍이 들었습니다.

2년여가 지난 요즘은 좀 나아졌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서연이의 발작은 거의 매일 반복됐습니다.

서 씨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딸 서연이의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10년 이상을 지켜봐야 완치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서 씨는 "계속된 재활치료와 심리 안정치료로 현재 서연이의 상태가 매우 빠르게 호전돼 천만다행"이라며 "하지만 신체적 장애 여부와 심리적 치유 상태는 10년 이상을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의의 소견"이라고 전했습니다.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후 저항 능력이 없는 어린이에 대한 폭행이 사회 문제가 되는 가운데 서연이의 사례는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의 무자비한 폭행이 얼마나 위험하고, 한 어린이와 가족들의 행복을 어떻게 앗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상규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회성 폭행이 어린이의 뇌에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일반적으로 어린 시절의 상처가 '씨'처럼 남아 나중에 아이가 어떤 문제를 일으킬 때 '증폭제'로 작용할 수는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일시적인 경우라도 아주 심각한 사건이라면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잠재적으로 그 기억이 딱 붙어 있게 된다"며 "유사한 환경만 조성되면 무의식중에 그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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