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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발원지 튀니지, 역사적 대선 투표

1956년 프랑스에서 독립 후 첫 자유 경선

2011년 '아랍의 봄' 발원지인 튀니지에서 민주화 과정의 진전을 알리는 역사적인 대통령 선거가 23일(현지시간) 치러졌다.

'아랍의 봄' 여파로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이 축출되고 나서 약 4년 만에 시행되는 첫 대선이다.

모두 27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대선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1만1천개 투표소에서 보안 병력 8만여명, 감시단원 2만2천여명의 보호·감시 아래 진행됐다.

튀니지 유권자 약 528만명은 1956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첫 자유 경선으로 대통령을 뽑게 된다.

튀니지는 독립 후 지금까지 2명의 공식 대통령을 선출했다.

프랑스 통치에서 독립 후 30년간 하비브 부르기바 전 대통령의 장기 집권 체제 아래에 있다가 1987년 무혈 쿠데타로 그를 몰아내고 권좌에 오른 벤 알리 역시 개헌을 통해 2011년까지 24년간 독재 정권의 길을 걸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이번 대선이 튀니지의 민주화 이행과정에서 중요 이정표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수도 튀니스에서 한 표를 행사한 무나 제발리는 "오늘은 튀니지의 역사적인 날"이라며 "우리는 아랍세계에서 투표가 끝나기 전까지 누가 대통령이 될 지 모르는 유일한 나라에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유권자 다수는 첫 대선 이후 튀니지가 더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더 발전한 나라가 되기를 희망했다고 AP통신은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대선은 양자 대결로 압축된다. 이날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다음 달 28일 결선 투표가 실시된다.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는 세속주의 성향의 정당 니다투니스(튀니지당) 지도자 베지 카이드 에셉시(87)와 벤 알리 축출 이후 임시 대통령을 맡은 반체제 인사 출신의 몬세프 마르주키(69)다.

원로 정치인 에셉시가 이끄는 니다투니스는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해 제1당을 차지했다. 에셉시는 부르기바와 벤 알리 정권 당시 고위 공직을 맡기도 했으나 세속주의 세력 사이에서는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니다투니스는 총선에서 전체 217개 의석 가운데 약 38%에 해당하는 85석을 확보했다. 집권 여당이었던 이슬람주의 정당 엔나흐다당은 68석(약 31%)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에셉시의 강력한 대항마로는 마르주키가 꼽힌다. 인권운동가 출신의 마르주키는 튀니지 독재정권 시절 반체제 활동으로 명성을 쌓은 대권 주자다.

벤 알리 집권당시인 1994년에는 선거 결과에 항의해 투옥됐다가 국제사회의 압력 덕분에 4개월 만에 풀려난 후 프랑스로 망명길을 떠났다.

마르주키는 약 3년 후 튀니스로 돌아왔지만, 당국의 삼엄한 감시와 탄압으로 다시 외국으로 나갔다가 2011년 혁명이 시작되고 나서 귀국해 제헌의회 투표를 통해 제한적 권한을 지닌 임시 대통령에 선출됐다.

일각에서는 좌파 정치인인 함마 함메미(64)가 결선 투표에 진출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는 1970년대 공산주의 활동가 경력으로 부르기바와 벤 알리 정권 아래 투옥된 적이 있다.

튀니지의 법·정치학과 교수인 무함마드 살라 벤 이아사는 "대선 1차 투표에서는 에셉시와 마르주키가 1~2위를 치자할 것으로 보인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말했다.

튀니지는 '아랍의 봄' 이후 중동권에서 민주적 이행 과정의 표본으로 꼽혀 이번 대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튀니지는 지난 2월 중동·아랍 국가의 헌법 가운데 가장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헌법을 채택했다는 평을 들었다.

튀니지의 새 헌법은 이슬람교를 국교로 정하고 있지만 다른 아랍 국가와 달리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법의 근간으로 한다'고 명시하지 않았다. 법 앞에서 남녀의 평등을 보장하며 여성의 권리도 보호하도록 규정했다.

튀니지는 또 국정 혼란을 종식하고자 지난해 말 집권당과 야권의 합의에 따라 올해 총선과 대선을 시행하게 됐다.

튀니지는 이른바 '재스민 혁명'으로 벤 알리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아랍의 봄을 촉발시켰으나 3년 넘게 정국 불안정이 이어지는 혼란기도 거쳤다.

특히 이슬람주의 정부와 세속주의 세력 중심의 야권이 정치적 입장과 헌법 제정, 실업 등 경제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엔나흐다당은 벤 알리 정권 축출 직후 처음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뒤 연립정부를 꾸리며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했으나 2013년 초 세속주의 성향의 야권 지도자 두 명에 대한 암살을 계기로 이슬람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에 직면했다.

엔나흐다당은 올해 총선 시행에 앞서 '제2의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으나 니다투니스에 패하며 2위를 했다. 엔나흐다당은 대선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대선 잠정 집계 결과는 이르면 24일 발표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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