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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지옥' LA 지하철 이용률 저조…복병은 주차난

노선 늘려도 이용률 답보…주차장 부지·비용 '난제'

'교통지옥'으로 불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교통당국이 출근길 교통난 해소를 위해 지난 20년간 수십억 달러를 들여 지하철 건설에 나섰지만 예상만큼 승객 수가 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지하철 이용률이 저조한 것은 승차권 가격이 비싸서도 아니고 지하철 운행 횟수가 적어서도 아니다.

복병은 바로 주차난에 있다고 LA타임스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LA 카운티 산하 광역교통청(Metropolitan Transportation Authority·MTA)이 운영 중인 지하철 6개 라인은 지난 5년간 승객이 꾸준히 늘어 하루 평균 35만여 명이 탑승하고 있다.

하지만, 카운티 내 지하철역 80곳 가운데 절반이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해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MTA 측은 향후 수십만여 명의 승객을 더 끌어들이려고 새로운 지하철 노선을 개발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결국 주차난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하철 '레드 라인'의 종착역인 노스 할리우드역은 매일 오전 7시30분이면 주차장이 꽉 차는 바람에 하루 평균 1천500여 명의 승객이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MTA 측은 밝혔다.

MAT는 현재 카운티 내에 건설 중인 5개 지하철 노선에서도 교외에서만 주차장 부지를 겨우 확보한 상황이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주차장 시설이 충분치 않으면 MTA의 원대한 포부는 실현 불가능한 데다, 무료 주차장을 확보하는 것은 더욱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역 주변 주차장은 통근자들의 '온종일 주차'로 회전율이 거의 없을 게 뻔한데, 이 같은 수요를 맞추려면 주차장을 역사만큼이나 가로로 넓이거나 세로로 높여야 한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게다가 MTA가 추가로 주차장을 건설하려고 해도 제한된 토지와 높은 건축비 등으로 수지타산을 맞추기 쉽지 않은 일이다.

MTA 측이 계획 중인 챈들러 블러바드역 주변 200대 규모의 주차장 건설에 무려 140만달러(14억7천만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토지비·노동비를 제외하고 120대 규모의 주차장 1에이커(4천46㎡) 건설에 보통 50만∼75만달러가 들어간다.

육상에 주차시설을 지으려면 수백만 달러가 소요된다.

캘리포니아 북부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도시고속철도도 비슷한 실정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오클랜드와 버클리, 인근 교외 등에 주차동 12개를 세우는 데 약 2억5천만달러(26억3천만원)가 필요한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차량 1대가 들어갈 공간 하나에 3만6천달러(3천800만원)가 드는 셈이다.

MTA는 이에 따라 시민들이 지하철역에 자동차 외에 도보나 자전거, 버스 등을 이용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역사 주변 곳곳에 자전거 시렁을 비치하고 지하철역 순환버스를 추가 배차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남부에서는 무질서하게 뻗어나간 도시 외곽지형으로 지하철역에 걸어오거나 자전거나 버스를 타고 오는 게 오히려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다.

민간업자와 역사 주변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MTA 측은 노스 할리우드에 있는 주차공간을 아파트와 쇼핑센터, 새로운 주차건물 등 다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민간 개발업자와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쇼프 캘리포니아 LA대(UCLA) 교수는 주차난 해소를 위해 "주차장이 만석일 때는 승객들에게 주차료를 비싸게 받는 등 주차료 시스템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동차 보험이나 수리를 할 때 비용을 치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주차는 무료라는 생각이 강하다"면서 "주차료 시스템을 정액제가 아닌 주차환경에 맞도록 차등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MTA 관계자는 "우리의 목적은 주차료로 돈을 벌자는 게 아니라 지하철을 많이 타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주차료를 부과했을 경우 지하철 탑승객들이 썰물 처럼 빠져 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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