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계속해서 SBS 기자들의 현장 브리핑 순서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쓰인 각종 대회 수상 기록이나 봉사활동 이력, 스펙이라고 하죠. 이런 것들이 있는데 이걸 허위로 조작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그리고 대학은 또 이 조작된 스펙을 믿고 학생들을 합격까지 시켰다고 합니다. 이 문제 취재한 엄민재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엄 기자, 어서 오십시오. (네, 안녕하세요.) 스펙이 조작이 됐다고요?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기자>
네, 맞습니다. 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상장이나 봉사활동 확인서 이런 것들이 모두 조작됐다고 보면 되는데요, 한마디로 말해서 교사들이 기록할 수 있는 모든 서류들이 조작이 가능하다는 내용입니다.
먼저 4년 전에 있었던 한 발표대회 얘기부터 좀 꺼내봐야 될 것 같은데요, 지난 2010년 11월에 열린 발표대회였습니다.
여기서 고등학생 김 모 군은 유창한 영어 프레젠테이션으로 청중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런데 여기 이 발표회는 영어 발표회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영어로 술술 얘길 했으니까 그럴 만도 했겠죠.
당연히 상장을 받았는데, 엉뚱하게도 상장의 주인이 대회에 참가하지도 않은 다른 학생한테 넘어갔습니다.
학교 교사가 이 학생을 위해 김 군을 대신 발표시킨 건데요, 실제로 김 군은 바로 전년도에 같은 대회에서 상장을 받았던 경력이 있었던 학생입니다.
그만큼 잘하는 애를 보내놓고 다른 학생 이름으로 상을 받게 한 거죠.
<앵커>
올림픽에 그러니까 지난 대회 금메달 딴 선수가 나가서 대신 금메달 따준 거네요, 그럼 꼭 이런 대회뿐만 아니라 다른 데서도 이런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지금 방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발표대회 참가하지도 않았는데 발표상을 받지 않았습니까? 실제로 백일장에서는 글을 쓰지도 않았는데 금상을 받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 과정이 더 황당한데요, 여기는 교사들이 직접 참여를 했습니다.
학생이 제출할 시 4편을 미리 자기가 작성해서 준 건데, 그대로 베껴 쓰고 금상을 받았다는 겁니다.
경찰은 원고지에 쓰인 저 글씨체도 학생의 글씨체가 아닌 걸로 보고 있습니다.
같이 간 엄마가 썼다는 건데요, 교사는 허위로 121시간의 봉사활동 확인서를 작성해줘서 봉사상도 2개나 받게 도와줬습니다.
보시면 똑같은 시기에 국내 병원에선 봉사활동을, 또 영국에선 체험활동을 한 황당한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앵커>
이게 수사 기록에 나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교사도 그냥 해준 건 아니겠죠? 뭔가가 있었겠죠?
<기자>
네, 경찰 조사 결과 한 2천 500만 원 정도의 거래가 있었던 걸로 확인이 됐습니다.
<앵커>
이렇게 많은 서류가 조작이 되고 있는데 그럼 정작 이 서류 보고 학생 뽑는 대학에서는 이걸 몰랐을까요?
<기자>
네, 대학은커녕 사실은 고등학교에서도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경찰 조사가 들어가서야 자기네들도 눈치를 챘다. 이 정도로 말을 했는데, 실제로 이 학생은 지난해에 서울의 한 대학 한의예과에 입학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교사 : 학교에서 주관하는 상이 아니지 않습니까. 외부에서 받은 상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알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폐단이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 2011년도부터 학교 외부에서 받은 상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렇지만, 학생들에 대한 평가나 봉사활동 확인서를 작성하는 건 여전히 교사가 맡고 있습니다.
획일적인 성적 줄 세우기를 벗어나서 사실 상장이나 봉사활동을 보고 학생의 창의적인 능력을 평가하자는 게 대학 입학 사정관 제도인데요, 아직은 교사의 재량에 기대다 보니 교사가 나쁜 마음만 먹으면 이런 범행을 마음껏 저지를 수 있게 되는 거죠.
<앵커>
엄 기자 얘기를 듣고 보면 이런 게 정말 아주 극소수의 사례라 그러면 다행이겠는데요, 이게 광범위하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면 큰 문제 아니겠습니까? 실제로 어느 정도로 보고 있습니까?
<기자>
네, 실제로 지난해에 감사원에서 이 대학 사정관 제도에 대해 감사를 한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결과물 보면 워낙 조작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서 더 논란이 일었었는데요, 사실 내용을 정확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대전과 울산 등 일부 지역 고등학교에서 200여 개의 학생부 기록이 교사 임의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요, 90% 이상 비슷한 내용의 교사 추천서도 100건 넘게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잘 쓴 교사 추천서를 복사해서 쓰고 또 쓰기를 반복해도 정작 학생을 뽑는 입학 사정관은 잘 모른다는 건데요,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서류를 마음대로 조작해도 대학의 입학 사정관이라고 해서 모두를 걸러내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앵커>
그건 왜 그렇습니까?
<기자>
지난해 기준으로 수시에서 학생 5명 중에 1명이 이 입학 사정관이 뽑을 정도로 일단 업무량이 굉장히 많아졌고, 여기에 입학 사정관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이뤄져 있다 보니 전문성을 함양하기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양정호/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입학 사정관) : 신분이 2년마다 다른 대학으로 옮겨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전문성 부분이 상당히 부족한 측면이 있어서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그러니까 정부 지원을 받는 66개 대학의 입학 사정관 600여 명이 있는데, 이 중에 57%에 이르는 300여 명이 비정규직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입학 사정관이 전문성을 갖추고 조작 서류를 잡아내는 게 실제로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겁니다.
비정규직이면 2년마다 한 번씩 학교를 옮겨야 되는데 그 사림들이 애정을 갖고 전문적으로 가려내긴 어렵다는 거죠.
학생을 가르치는 고등학교, 학생을 뽑는 대학교 모두 사실 책임감을 갖고 입학 사정관 취지를 살려 나가야 하는 건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은 거죠.
<앵커>
엄 기자 얘기 들어보니까 이것 자체도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마는 조작된 서류를 가지고 대학에 입학한 이 학생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 이런 걱정이 많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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