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공식 결혼이라는 전통 교리에서 벗어난 수많은 신자에게 가톨릭 교회가 손을 내밀게 될까? 바티칸에서는 지금 격론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5일(현지시간) 시작된 천주교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에 참석한 5개 대륙의 주교 200여 명이 결혼과 성을 주제로 첨예한 논쟁에 돌입했습니다.
핵심적 주제는 이혼하거나 재혼한 신자에게 영성체를 허용할지 여부입니다.
가톨릭은 교회의 혼인무효 결정 이외에 세속적 방식에 따른 이혼 자체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남녀의 공식적 결혼'이라는 울타리를 엄격하게 지켜온 가톨릭 교회로서는 이번 주교 시노드를 계기로 전통적 교리의 수정 여부를 결정할 중대한 길목에 들어선 셈입니다.
교회의 개혁을 자극하는 주체는 취임 이후 줄곧 약자의 편을 강조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입니다.
교황은 주교 시노드 개회 미사를 집전하면서 "창의적이고 낮은 자세로 접근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AFP통신은 교황이 결혼과 동거, 이혼 등의 사안에 대한 교회의 접근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교황은 "주교 시노드는 아름답고 영리한 생각을 논의하는 자리도, 누가 더 똑똑한지 확인하는 자리도 아니다"라며 이번 논의가 단순히 교리 논쟁에 함몰되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습니다.
교황은 현실 세계에서 신자들이 겪는 고민을 교회가 끌어안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교리도 중요하지만 소외된 이들의 고통도 돌아보는 게 참된 교회의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각국에서 이혼율이 증가하고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하면서 신자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가톨릭 교회의 고민도 반영돼 있습니다.
주교 시노드에서는 동성결혼 수용, 동성부부 아기 세례, 피임 허용, 포르노물이 결혼 파탄에 미치는 영향 등 결혼과 성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이 논의될 예정입니다.
가톨릭 고위성직자들 사이에서는 찬반 입장이 팽팽히 갈립니다.
독일 출신의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교리의 장벽을 낮춰 신자를 폭넓게 포용하자는 입장입니다.
바티칸에서는 카스퍼 추기경이 교황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교황은 평소 카스퍼 추기경의 신학적 관점에 호감을 보여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박하는 쪽도 만만치 않습니다.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레오 레이몬드 버크 추기경 등 5명의 추기경은 지난달 기존의 교리를 유지해야 한다며 '예수의 진리 속에 남아있기'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임시총회인 이번 주교 시노드에서 전격적인 개혁 조치가 단행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러나 내년 열리는 정기총회에 앞서 신자들의 당면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된다는 의미가 있입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주교 시노드에서 분명한 해답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이는 없지만 교황은 적어도 내년 정기총회까지 논의가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AFP는 "교회가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가까이 가고 동성애와 낙태, 피임이라는 사안에 집착하지 않기를 바라는 교황에게 (이번 회의가) 시험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주교 시노드는 2주간 비공개로 진행되는데 한국에서는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도 참석하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가톨릭, 전통적 결혼 교리 넘어 개혁 시동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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