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세 모녀는 5만 원, 다주택자는 0원?

불합리…불공평…건강보험 부과체계 이제는 바꿔야

[취재파일] 세 모녀는 5만 원, 다주택자는 0원?
 지난 2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세 모녀는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었습니다. 세상을 등지는 그 와중에도 월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봉투에 넣어둔 사실에 우리는 더욱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세 모녀의 공과금 중에는 건강보험료 5만원도 있었습니다. 세 모녀의 가계부는 식구들끼리 과일 한번 사먹기 어려웠을 정도로 살림이 빡빡했음을 짐작케 합니다. 그런 그들에게 5만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을 겁니다.

▶[2014년 3월1일] 세 모녀의 안타까운 죽음…'복지급여만 신청했어도…'

 반면, 2채 이상의 집을 가진 120만 명은 건강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사람들입니다. 심지어 이 가운데 46만 7천명은 종합소득이 있는데도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뭔가 불공평합니다. 왜 이런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잘 아시는 것처럼 우리나라 건강보험 체계는 크게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닙니다. 직장 가입자 중에서도 연간 종합소득이 7200만 원 이상인 사람과 이하인 사람으로 갈립니다. 지역 가입자는 연간 종합소득 5백만 원을 기준으로 나뉩니다. 여기에 피부양자 자격이 되는 사람과 안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조건을 조합하면 모두 7가지 부과 방식이 나옵니다. 각 부과 방식은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이 모두 다릅니다. 어떤 방식은 월 소득의 일정 퍼센트를 보험료로 책정하고, 어떤 그룹은 종합소득에 전월세, 자동차가 기준이 되고, 또 어떤 그룹은 성·연령별 점수에 따라 추정소득을 보험료 책정 기준으로 사용합니다. 너무 복잡합니다. 심지어 건강보험공단 직원들도 담당업무가 아니면 정확히 이해를 못할 정도입니다. 

 이렇다보니 몇 가지 문제들이 생깁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대학생의 사정은 참으로 딱했습니다. 이 학생은 몸이 불편한 동생, 홀어머니 이렇게 세 식구가 월세 29만 원짜리 영구임대주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형편이 넉넉친 않지만 대학에서 취업이 잘 되는 분야를 전공하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5월에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간신히 이겨낸 뒤, 동생과 함께 어떻게든 앞길을 헤쳐나가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다잡았습니다. 백방으로 뛰어다녀 구청의 긴급생활자금 지원도 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건강보험료가 7만 원이 나와 매우 당황했다고 합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실질적인 가장이 된 자신 앞으로 임대주택의 명의를 전환했는데, 월세 29만 원짜리 임대주택의 보증금과 월세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됐다는 겁니다. 등록금은 고사하고 당장 생활비 마련이 급한 대학생 가장에게 말입니다.


 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불합리한 점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정년퇴직을 한 이후 당장 벌어들이는 돈이 없어지는데 건강보험료는 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직장 가입자로 월급에 건보료가 붙던게, 일을 그만둔 이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집 한채와 자동차등에 보험료가 부과되면서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이런 분들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강보험공단 민원실에는 보험료 산정을 둘러싼 불만 전화가 1년에 5천만건이 넘게 걸려온다고 합니다.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은 큰 틀에서 복잡한 건강보험 부과 방식을 실질적인 월 소득 중심으로 단일화, 간소화 한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하지만 진척은 더디기 짝이 없습니다. 소득파악률과 가입자 저항, 정책 추진 상의 험난함 등으로 복지부가 선뜻 나서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닙니다. 치열한 쟁점도 많습니다. 하지만 수십년째 누더기 상태인 건보 부과체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부과 형평성과 더불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