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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소나무재선충병 제거목 방치돼 감염 부추겨

지난해 제주도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자른 고사목이 일부 지역에서 재선충이 서식할 수 있는 나무토막 채로 현장에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이들 나무토막에서 재선충을 옮기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서식 흔적도 확인돼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소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의 한 야산.

이곳에 지난해 재선충병 재앙이 닥쳐 160여 그루의 소나무가 감염돼 말라죽었습니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이 야산의 고사목을 모두 자르고 난 뒤 잘린 나무토막을 수거해 소각 처리하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제거한 나무토막을 그대로 놔두면 죽지 않은 재선충들이 이듬해 확산할뿐더러 병을 매개하는 솔수염하늘소가 나무토막에서 산란해 성충으로 자라나기에 더욱 알맞은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20일) 기자가 울산생명의숲과 함께 현장을 찾아 확인해 보니 잘린 고사목 나무토막을 수거처리하기로 한 사업 내용과 달랐습니다.

지난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사업 당시 잘린 나무토막 100여 개가 9개월이 지난 후에도 여기저기서 널려 있는 것이 육안으로도 확인됐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벌써 수거해 소각 처리됐을 나무토막들입니다.

나무토막마다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다 자라, 나무를 뚫어 밖으로 나간 '탈출공'이 직경 5㎜ 안팎으로 나 있어 솔수염하늘소가 많이 번식했음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은 "방치된 나무토막 대부분이 껍질이 벗겨지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며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을 하고도 나무토막들을 그대로 놔둬 나무껍질에 산란하는 습성이 있는 솔수염하늘소가 더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 이 지역에는 올해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고사목이 수십 그루나 있었습니다.

솔수염하늘소 유충은 나무 속에서 자라다가 5월 무렵 성충이 되면 탈충공을 뚫어 나무 밖으로 나와 활동을 합니다.

스스로 이동할 수 없는 재선충도 이때 솔수염하늘소 성충의 몸체에 붙어 밖으로 같이 나오게 됩니다.

솔수염하늘소가 활동하는 최대 반경 4㎞ 범위가 재선충병 감염 우려 지역이 되는 셈입니다.

울산생명의숲은 제주도가 자른 고사목을 매몰하도록 맡긴 제주시 조천읍의 채석장에서도 마찬가지로 고사목 처리가 허술하게 진행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단체의 확인 결과 땅속 깊은 곳에 묻어야 할 나무토막 일부가 땅 위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윤 사무국장은 "매몰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나무토막에서도 충분히 재선충과 솔수염하늘소가 자랄 수 있다"며 "일대 산간 지역의 소나무에서 재선충병 감염 우려가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김창조 제주도 산림휴양정책과장은 "소나무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선포해 제주도 전역에 걸쳐 대대적으로 고사목 제거작업 등 방제 작업을 실시했고 전국 최초로 감리사업을 벌여 제거한 지역을 재확인하기까지 했으나 극히 일부 지역에서 잘린 나무토막이 제대로 처리지 않은 것 같다"며 현장 확인을 벌여 정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제주도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사업비 440억여원에 연인원 11만명을 투입해 모두 54만5천 그루의 고사목을 제거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5월 제주도 한라산연구소가 지난 5월 한 달 동안 기존 재선충병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관찰·조사한 결과 98그루 가운데 42.9%인 42그루가 재선충병에 걸려 말라 죽은 것으로 확인되는 등 완전 방제 수준에는 못 미쳤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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