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8월 15일 서울지하철 1호선의 개통을 알리는 첫 열차가 청량리역을 떠났습니다.
열차는 서울역을 거쳐 구로역에 도착하는 것으로 성공적인 첫 운행을 마쳤습니다.
이후 40년이 흐르는 동안 서울지하철 노선은 9개로 늘어나 서울 전역으로 거미줄처럼 뻗치면서 명실상부한 시민의 발이 됐습니다.
바로 서울의 첫 지하철 열차의 운전대를 잡았던 이가 기관사 조상호(75)씨입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조씨는 3년 전부터 5호선 왕십리역 한쪽에 은퇴자들을 위해 마련된 사무실로 매일 출근하고 있습니다.
그는 개통일 당시를 떠올리며 "40년간 개통 순간을 되새길 때마다 기억이 생생하다"며 "첫 열차를 운행했던 것은 기관사로서 큰 영광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40년 전 그날 조씨는 청량리역에서 1호선의 출발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날 열차 개통을 기념하려 박정희 대통령 내외와 내빈들이 청량리역을 방문할 예정이었습니다.
전동차 안은 대통령 내외가 앉을 의자와 탁자, 휘장 등으로 장식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출발 시각이 가까워 왔지만 대통령 내외는 오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경호관들이 사라지고 전동차 안에 있던 탁자와 의자 등도 치워졌습니다.
조씨는 "바로 그날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영부인이 피격으로 숨졌다는 사실을 나중에 라디오 뉴스를 듣고 알았다"며 "서울에 지하철이 처음으로 달리기 시작한 날 현대사의 질곡을 함께 겪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스물다섯 살 때 철도청에 입사한 조씨는 처음엔 차량검수 일을 맡았다가 기관사로 변신해 1974∼1977년 서울지하철의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그 뒤로는 기관사를 교육하고 일정표를 관리하는 승무사무소로 자리를 옮겨 2000년 12월 은퇴했습니다.
26년 동안 그가 지켜본 지하철 개통식만 스물세 번이었습니다.
조씨는 어두운 선로에 사람이 갑자기 뛰어들었던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고 했습니다.
서울 시내에 비포장도로가 많았던 시절이라 비 오는 날이면 전동차 안이 흙탕물 범벅이 되기도 했습니다.
조씨는 "지난 40년간 서울지하철은 세계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발전했다"면서도 "여전히 크고 작은 사고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열차 운행과 관련된 아주 작은 이상 징후라도 파악되면 즉시 상황실에 알려야 하고 비상시 대처 매뉴얼을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한다"며 "그래야 상왕십리역 추돌사고와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관사는 수천명의 목숨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입니다. 후배 기관사들이 사명감과 긍지를 가지고 일해주길 바랍니다."
(SBS 뉴미디어부)
서울지하철 개통 40년…첫 열차 기관사 조상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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