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일찍 도착할수록 만족도는 낮아져
이 질문을 연구한 학자가 있습니다. 미국 위스콘신대학 수학과 교수 조던 엘런버그(Jordan Ellenberg)입니다. 엘런버그 교수는 저서 ‘잘못되지 않는 방법: 수학적 사고의 힘’에서 경제학 개념인 ‘효용’을 도입해 최적의 공항 도착시각을 분석했습니다. (※ ‘효용’이란 경제학에서 재화와 용역의 사용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주관적인 만족을 측정하는 단위입니다.) 즉, 여행객이 출발 몇 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면 만족도가 가장 높은지를 측정한 것입니다.
엘런버그 교수 먼저 항공사의 여러 자료를 분석해, 공항 도착시각과 비행기 출발시각의 연계성을 분석했습니다. 그런 선행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1. 비행기 출발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면, 비행기를 놓칠 확률이 1%다.
2. 비행기 출발 1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면, 비행기를 놓칠 확률이 5%다.
3. 공항에서 1시간 기다릴 때 소모되는 ‘부정적 효용’을 10이라고 가정하면, 비행기를 놓칠 때 발생하는 ‘부정적 효용’은 50이다. (쉽게 말해, 경제학적 관점에서 비행기를 놓치는 건 공항에서 5시간을 기다리는 것만큼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엘런버그 교수는 공항 대기시간과 비행기를 놓칠 확률을 변수로 잡고, 확률의 기댓값을 적용해 개인이 만족할 최적의 공항 도착 시각을 알아냈습니다. 여기서 기댓값은 행위로 얻게 되는 ‘만족’과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곱한 뒤. 두 개를 더한 값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비행기 출발 1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경우 앞서 설명한 대로, ①공항에서 대기하는 1시간의 '효용'은 10입니다. 비행기를 놓쳤을 때 발생하는 '효용'은 대기 시간의 5배니까 50, ②여기에 실제 비행기를 놓칠 확률 5%를 곱하면(50 X 0.5) 2.5가 됩니다. 결국, 공항에서 기다리며 소모하는 효용 10과 비행기를 놓쳤을 때 발생하는 효용 2.5를 더하면 '12.5'란 계산이 나옵니다.
만약,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면 어떨까요? 공항에 2시간 기다릴 때 소모되는 ‘효용’ 20, 비행기를 놓칠 때 발생하는 ‘효용’ 50에 실제 비행기를 놓칠 확률 1%를 곱하면 0.5. ‘공항 대기 시간 20 + 비행기를 놓쳤을 때 효용 0.5 = 20.5’란 계산이 나옵니다. 결국, 출발 1시간 전에 도착한 사람은 2시간 전에 도착한 사람보다 만족도가 2배 가까이 높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런 방법으로 계산을 해나가면,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효용의 기댓값은 커지게 됩니다. 실제로 앨런버그 교수도 이렇게 조언합니다. “만일, 그동안 당신이 비행기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면, 당신은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해 시간을 허비했을 가능성이 크다. 개인별 만족도는 다르겠지만, 경제학적 관점에선 여행객들이 지나치게 공항에 일찍 도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선이냐 국제선이냐 따라 도착 시각 달라
엘런버그 교수가 고안한 계산법은 어디까지나 개개인의 ‘만족도’에 따른 산술적 계산방식입니다. 다시 말해, 이 계산법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란 뜻입니다. 실제로 국내선이냐 국제선이냐, 성수기냐 비성수기냐에 따라 공항 도착 권장 시간은 달라집니다. 또, 공항의 규모와 시스템도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따라서 항공전문가들은 비성수기 우리나라 공항을 기준으로 볼 때, 늦어도 국내선은 1시간 전, 국제선은 1시간 반에서 2시간 전까진 도착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국제선은 항공사 카운터에서 짐을 부치고, 출국장으로 들어가 출국 수속하는 데 최소 20~30분 이상 걸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때까지 도착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행기를 못 타는 건 아닙니다. 대다수 항공사는 출발 40~50분 전에 탑승 수속을 마감합니다. 따라서 다소 촉박하더라도 출발 50분 전까지만 항공사 데스크에 도착하면 어떻게든 비행기를 탈 수는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성수기엔 앞서 말씀드린 시간보다 1시간 정도 더 일찍 도착하는 게 좋습니다. 많은 인파가 한 번에 몰리면서 수속과 세관통과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여름 역사상 가장 많은 여행객들이 공항을 이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요즘 같은 여름 성수기엔 2시간 전에 도착해도 빠듯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미국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은 국제선 이용자들에게 늦어도 출발 ‘2시간 반~3시간 전’에 도착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이용객들이 순간적으로 몰려 승객들이 검색대에서 30분 이상 기다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면세 이용객들은 2시간 정도 먼저 도착해야
특히, 면세점을 이용할 여행객들은 앞서 설명한 시간보다 최대 2시간 정도는 먼저 도착하는 게 좋습니다. 인천국제공항처럼 면세점이 잘 갖춰준 공항에선, 자신이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을 쇼핑하는 데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줄지어 있는 면세점을 따라 돌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 탑승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승객 몇 명 때문에 제시간에 맞춰 탑승한 승객 수백 명이 애꿎게 피해 보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엘런버그 교수의 연구는 쇼핑 등 다른 조건을 배제하고, 출국 수속 등도 모두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전제 아래 진행됐습니다. 시기별로, 노선별로, 개인의 취향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앨런버그 교수 자신도 이 연구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나온 것이라며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이 연구를 진행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독자들이 공항으로 떠나기 전, 공항에서 벌어질 상황에 미리 한 번쯤 생각해보면 하는 취지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여행에 정답이 있을 순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여행의 목적과 자신의 취향에 맞춰 공항 도착을 정한다면 여행이 더 즐거워진다는 사실이다.”
※ 취재과정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 관세청,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조언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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