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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집내기'로 끝난 아베정권의 고노담화 검증

'흠집내기'로 끝난 아베정권의 고노담화 검증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고노(河野)담화 검증 결과는 결국 담화에 대한 '흠집내기'로 평가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20일 국회 보고 후 공개한 검증결과 보고서의 첫 번째 특징은 내용의 구체성이다.

21쪽에 걸쳐 한일당국간의 협의 내용을 날짜별로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한일간 조율에 나선 당국자의 실명만 없을 뿐 협의의 일자와 내용이 상세하게 적시됐다.

심지어 김영삼 당시 한국 대통령이 담화 문안에 대해 'OK' 사인을 냈다는 내용까지 소개됐다.

담화의 표현 중 한일간에 조율을 거쳤다고 소개한 것은 아베 총리와 그 측근들이 부정하려고 하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군 당국의 요청을 받은 업자'로 명시된 군위안부 모집의 주체, 위안소가 '군의 요청'에 의해 설치됐다는 내용, "대체로 본인들의 의사에 반(反)하여 (모집이) 이뤄졌다"는 문구 등이 문안 조정의 결과물로 예시됐다.

이 같은 소위 '조율의 결과물'들은 일본군이 관여한 군위안부 강제동원의 '본질'과는 별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검증의 의도를 의심케 하고 있다.

모집 주체를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로 규정하거나 '군 당국의 의향을 받은 업자'로 하느냐 등은 군위안부 제도를 운영한 주체가 일본군이었다는 점에 비춰 지엽말단적인 사안일 뿐이라는 얘기다.

또 검증 결과로 내 놓은 내용에 담화 내용에 반하는 새로운 사실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고노담화를 수정해야 할 만한 새로운 검증 내용은 없다는 점에서 단지 한일간에 특정 문구에 대해 협의가 오갔다는 사실을 자세히 알리는 것이 이번 검증의 목표가 아닌가 하는 지적이 제기될 전망이다.

보고서에 '한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만 받아들였다'는 내용을 담긴 했지만 결국 고노담화가 한일간 정치적 타협의 결과물이라는 인상을 자국민들에게 주는 효과를 의식했다는 혐의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검증의 결론에 해당하는 보고서 문안에 "강제연행은 확인할 수 없다는 인식에 입각"했다는 내용을 담은 것은 아베 정권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줬다.

아베 총리가 처음 총리로 재임했을 당시인 지난 2007년, 일본 정부는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통해 '정부가 발견한 자료에 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연행 증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입장이 허위라는 점은 이미 일본군이 1944년 네덜란드 여성 35명을 연행해 자바섬 스마랑 근교에 억류하고 위안부로 삼은 사건을 단죄하기 위해 전후 인도네시아 바타비아(현 자카르타)에서 열린 BC급 전범 군사재판의 공소장과 판결문 등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검증결과 보고서에 굳이 '강제연행은 확인할 수 없다'는 문구를 넣은 것은 강제연행을 부정하려는 아베 정권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고노담화 발표 당시만 해도 강제연행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논리로 '진실'을 가리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번 검증 결과 보고서는 양국 간 외교협상 내용을 거의 전면적으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외교관례를 한참 벗어난 일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검증은 아베 총리의 심복으로 통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일 협의의 당사자로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의식할 외무성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담화 검증 결과를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를 두고 한일관계를 중시하는 '현실주의자' 그룹과 '자학사관 극복'을 외치는 '이념주의자' 그룹 사이의 내부 조율과정에서 결국 후자 쪽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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