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영화감독으로는 '욜'(1982)의 일마즈 귀니 이후 두 번째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은 영화제에서 꾸준히 주목한 세계적인 감독이다.
개인의 내면세계를 포착하는 섬세함과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화면 구성 능력, 느린 카메라의 움직임 속에 삶의 비애를 건져 올리는 작가적인 감수성을 통해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삶을 되돌아보는 윤리적 힘을 지닌 영화들을 만들어내며 지난 10여 년간 세계 작가주의 감독의 최전선에 섰던 명장이다.
터키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삼대에 걸친 가족사를 담은 '작은 마을'로 데뷔한 그는 1998년 이 작품으로 베를린영화제에서 칼리갈리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특히 사진작가 출신인 그는 터키의 아름다운 풍광을 필름 속에 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며 '될성부른 떡잎'을 예고했다.
이 같은 장기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 세 번째 연출작 '우작'이다. 시골 출신으로 이스탄불에서 성공한 한 사진작가의 내면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도·농간의 격차라는 사회적 문제와 한 예술가의 내면에 이는 쓸쓸함을 동시에 품어내며 2003년 칸 영화제에서 2등 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특히 주인공이 시골서 내려온 친척을 쫓아내고 난 후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영화의 분위기를 응축한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우작'의 터키어 제목은 '아득히 먼'이다.
사랑하지만 상대에 가닿을 수 없는 겉도는 관계를 형상화한 '기후'(2006)에서는 직접 주인공 이사 역을 소화하며 녹록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인간의 관계 문제에 천착했던 그는 다섯 번째 영화 '쓰리 몽키스'를 통해 도시에 사는 3명의 가난한 가족 구성원이 몰락해가는 과정을 처연히 담아내며 사회와 개인의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영화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가족이 선거에 나서는 정치인의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몰락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낸 정치인 대신 교도소에 가고, 그의 아내는 정치인과 바람을 피우며 변변치 못한 아들은 결국 살인자가 되는 세 명의 비극을 냉정하게 들여다본 작품이다. 세일란 감독은 이 영화로 2008년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쓰리 몽키스' 이후 3년 만에 선보인 '원스 어폰어 타임 인 아나톨리아'는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그 사건을 추적해가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 장르의 영화다. 그러나 스릴러라고는 하지만 사건이 모호하다는 걸 제외하고, 카메라의 진행은 무척이나 더디고, 플롯도 느릿느릿 이어진다. 지난 2011년 칸영화제 말미에 공개돼 평단의 지지를 받으며 강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거론됐으나 미국의 현인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에 밀려 심사위원대상을 또 한 차례 받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했다.
'우작' 이래로 다르덴 형제와 함께 칸에서 가장 주목받은 세일란 감독은 결국 4전5기 끝에 '윈터 슬립'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까지 거머쥐게 됐다. 그것도 장뤼크 고다르, 켄 로치, 마이크 리, 다르덴 형제 등 최고의 감독들과의 경연을 통해서 말이다.
(서울=연합뉴스)
'칸의 총아' 세일란 감독, 황금종려상까지 품다
터키 영화감독으로는 두 번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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