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예술은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일종의 '암시'다. 점은 그림이 아니라 그려지지 않은 여백을 인식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표식일 뿐이다."
현존하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78)의 육성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미술비평가 심은록씨와의 대담집 '양의의 예술-이우환과의 대화 그리고 산책'(현대문학)이다.
책은 "예술은 시이며 비평이고 초월적인 것"이라는, 이우환이 평소 얘기해 온 '예술의 세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정리됐다.
이우환은 철판과 돌을 소재로 한 '관계항' 연작에 대해 "돌은 자연의 가장 오래되고 대표적인 것이고, 반면에 철판은 산업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소재"라며 "이런 철판과 돌을 어떤 연관 속에 둔다면 산업사회와 자연의 대화가 이뤄지지 않을까, 자연과 산업사회에 놓인 여러 가지 문제를 암시하는 데 중요한 다리를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이는 나의 이슈가 되었다"고 말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회화나 조각은 일종의 재제시로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점들이 모여서 여러 형태로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면, 그것을 철저히 추려 정리하고 정제시켜서 극히 일부만 내 손을 거치도록 하여 숨결이 느껴지게 재제시하는 작업입니다."
책은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등의 연작을 통해 캔버스의 네모난 점에서 시작된 이우환의 회화에 대해서도 살핀다.
이우환은 캔버스 위의 점을 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점을 봄으로써 다른 세계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려지지 않은 부분이 여백이 아니고, 그려진 것과 공간(그려지지 않은 것), 그 전체를 포함하고 그 주변까지 포함한 것의 상호작용에 의한 바이브레이션이 '여백 현상'입니다. (중략) 여백은 '존재의 개념'이 아니고 '생성의 개념'입니다."
이우환은 "나는 인간적인 윤리성, 행위, 표현은 축소화, 정제화하면서 자연이나 우주와 같이 건드릴 수 없는 주변에 대해서는 좀 더 배려해야겠다는 입장에 서서 작업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담은 지난 2008년부터 작년까지 프랑스 파리에 자리한 이우환의 아틀리에에서 이뤄졌으며, 지난 1∼4월 월간지 '현대문학'에도 수록됐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추천사에서 "열린 공간을 위해 끊임없이 내부의 틀을 깨며 외부로 나아갈 것을 갈망하는 그는 어느 한곳에 뿌리내리지 않고 늘 밖의 세계를 향한다"며 "이 대화록은 우주적인 관점에서의 여백의 예술을 탄생시켜온 그의 영혼과 만나게 되는 하나의 오솔길"이라고 말한다.
320쪽. 2만3천원.
(서울=연합뉴스)
거장 이우환에게 듣는 작품세계…신간 '양의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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