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는 우리 사회에 내재한 갖가지 불신을 수면으로 끄집어 냈다.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 제도와 공동체 영역에까지 퍼진 불신은 '우리가 과연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믿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던지게 한다.
세월호 참사 이전에 잡힌 주제이기는 하지만 두산아트센터의 기획 프로그램 '두산인문극장'의 올해 테마는 마침 '불신시대'다.
그중 연지동 두산갤러리 서울은 '숨을 참는 법'이라는 타이틀로 '불신시대'라는 테마를 전시로 풀어냈다. 숨을 쉬는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지나가는 일상과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자는 취지다.
작가 양정욱(32)은 사소한 일상, 평범한 주변에서 느낀 단상을 글로 적으면서 작품을 만들고 동시에 이를 제목으로 삼는다.
이를테면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수많은 나무 조각이 까딱까딱 소리를 내고, 흔들리는 전구를 통해 벽에 그림자로 비치는 설치 작품에는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라는 제목이 붙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전에는 경비 아저씨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는데 우연히 그 경비 아저씨가 근무 교대를 하면서 손녀의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을 보고 '손녀에게 과자 한 개라도 더 사주려고 열심히 일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는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때로는 단정하고, 때로는 다소 헝클어진 아버지의 뒷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에는 '아버지는 일주일 동안 어떤 잠을 주무셨나요'라는 제목을 달았다.
정지현(28)은 은유적인 작업을 통해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흐린다.
미국의 한 바닷가(로 추정되는) 풍경을 담은 영상은 정적이다 못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그러다 옆에 놓인 수화기를 들면 어느새 영상은 사라지고 이를 지켜보는 관람객 자신의 모습과 신체 일부를 본뜬 조형물이 보여 어느 것이 실제인지 혼란스럽게 한다. 이런 감정은 이질적으로 연출된 풍경의 조형물과 어우러져 한층 강조된다.
국립현대미술관 '2014 올해의 작가상'전 참여작가로 선정된 구동희(40)는 전시장 안에 대형 화분을 가져왔다. 화분에서 나오는 파이프는 전시장 벽과 폐쇄회로(CC)TV로 뻗어나간다. 벽에 설치된 나팔은 마치 파이프를 통해 나무의 숨을 빨아들여 소리를 낼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전시는 5월 31일까지. ☎ 02-708-5050.
(서울=연합뉴스)
무의식적인 일상을 되짚기…'숨을 참는 법'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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