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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여객선 세월호와 비슷한 카페리 타봤더니…

17일 오전 부산 중구 중앙동 연안여객터미널 선박 계류장.

제주로 가는 카페리 선박에 화물을 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철근과 새 승용차, 비료, 라면 등이 실려 있었고 소형 트럭과 대형 트럭이 배를 오가며 화물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이 배는 부산과 제주를 오가는 5천223t 카페리선박.

진도 해역에서 침몰한 세월호(6천825t)보다 규모는 작지만 배 일부 공간에 화물을 싣고 선실에는 여객을 수백명 싣는 카페리선박인 점에서는 유사하다.

배 안으로 들어가봤다.

1층과 2층 대부분 공간은 화물을 싣는 곳이고 2층 일부∼6층까지는 승객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선박 관계자에게 세월호 침몰 상황에 대해 물었다.

그는 "배가 20도 정도 기울면 화물 래싱(화물 고정 장치)이 풀려 화물들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큰 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중량급 화물이 많이 실려 있었다면 배는 더 빠른 속도로 기울어지면서 침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2층 화물적재공간을 지나 3층 객실로 올라갔다.

복도는 성인 2명이 함께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았다.

복도에는 손잡이가 있었지만 다른 층으로 이동하는 공간에는 비상상황에 잡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특히 배가 40도 이상으로 기울어졌고 배가 침수된 상황까지 고려했을 때 혼자 힘으로 탈출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배가 기울어진 반대방향으로 이동해야 하지만 전기공급이 불안정하고 물이 들어찬 상황에서 아무것도 잡을 것 없는 경사진 복도를 올라가서 배 밖으로 탈출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선사 관계자는 "배가 20도 이상 기울고 선체에 물이 들어오는 비상상황에서 복도 손잡이를 잡고 배가 기울어지는 반대방향으로 올라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선박이 빠른 속도로 기울었고 바닷물도 짧은 시간에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선박운항자들이 선박상황을 제대로 알리고 재빨리 대피시켰으면 몰라도 '그대로 있으라'고 방송했다면 선내에 있던 사람들이 빠져나오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사 측은 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실종자들은 배가 기울어진 방향 쪽으로 거꾸로 쏠려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배가 뒤집힌 채로 침몰해 있는 상황에서 선내 수색·구조작업을 벌일 경우 실종자들이 쏠려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부터 진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종자들이 생존해 있을 마지막 희망의 공간으로 여겨지는 에어포켓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일부에서는 배가 완전히 뒤집혔고 선미가 가라 앉았고 선수가 떠 있는 상태여서 에어포켓이 있어 생존자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선체 진입 수색·구조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배가 완전히 침몰해 에어포켓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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