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실종 여객기의 블랙박스가 자체적으로 내보내는 신호를 찾는 수색이었다면 이제는 망망대해의 바닥을 직접 훑는 방식의 수색이 시작됐습니다. 그나마 깊은 바다에서는 도달거리가 1~2킬로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블랙박스가 능동적으로 내보내는 신호를 찾는 작업과 직접 바다 속을 뒤지는 작업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난이도에서 차이가 납니다. 말 그대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가 되어 버린 셈입니다.
오늘부터는 미국 해군이 자랑하는 블랙박스 탐지장비인 ‘토드 핑어 로케이터’(TPL) 대신 무인 잠수정인 ‘블루핀-21’이 투입됐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이 잠수정은 동체 길이 4.93m에 무게 750kg 정도인 수중 음파 탐지기입니다. 저는 태평양 깊은 줄만 알았는데 이번에 보니 인도양이 의외로 깊은 해역이 많습니다. 특히 실종 여객기가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되는 해역은 대체로 수심이 4,500m에 달합니다. 이 정도 바다 속이면 사진에서 보듯 스티로폼 컵이 수압으로 제일 오른쪽에 있는 정도 크기로 찌그러든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해저의 모양이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대체로 평탄한 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넓은 해저에 구체적으로 어떤 지형이 있는지는 거의 연구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달 표면이나 화성 표면 정도로밖에 모른다는 거죠.
블루핀-21은 이런 해저를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직접 음파를 쏘아서 되돌아오는 모양을 통해 분석을 합니다. 또 일정한 간격으로 자체 조명을 이용해 해저 사진도 촬영합니다. 몇 시간 작업을 하면 다시 위로 끌어올려서 그 때까지 확보한 영상을 다운로드한 뒤 다시 투입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첨단 장비를 투입하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진행되니 작업이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별의 별 첨단 과학이 개발되어 있고 다양한 우주 탐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당장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한 연구도 아직 갈 길이 정말 멀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일단 첫날 작업에서는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블루핀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투입 수심이 4,500미터인데 들어가서 수색을 하다보니 더 깊어서 안전 장치가 작동했다고 합니다. 이런 식이면 정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또 바닥에 가라앉은 물체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바닥을 직접 긁으면서 물체를 찾는 로봇도 투입한다고 합니다. 실종 여객기로 의심되는 물체가 걸리면 배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천안함 침몰 사건 때 쌍끌이 어선을 동원해서 서해 바다에 가라앉아 있던 어뢰 잔해를 찾던 일을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물론 진위를 놓고 논란이 있지만 서해와 같이 비교적 얕은 바다에서는 직접 배에서 그물을 늘어뜨려 바닥에 가라앉은 물체를 찾을 수 있지만 무려 4,500m나 되는 수심에서는 그런 방식은 어렵습니다.
현재 수색 대상으로 좁혀놓은 바다 면적은 대략 4만 제곱킬로미터 정도라고 합니다. 물론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최대한 좁혀 보겠다고 했으니 앞으로 핵심 수색 면적은 더 줄어들 겁니다. 그런데 우리 한국의 면적이 9만9천 제곱킬로미터입니다. 4만 제곱킬로미터가 얼마나 넓은 면적인지 감이 올 겁니다. 우리가 흔히 기사에서 면적을 언급할 때 쓰는 여의도 면적은 윤중로 재방 안쪽만 계산하면 약 2.9제곱킬로미터라고 하니까 4만 제곱킬로미터라면 여의도 면적의 만3천 배가 넘습니다. 이 면적을 일일이 훑고 다녀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239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통째로 사라진 사건입니다. 중국은 국민 153명이 이 여객기에 타고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물론 미국 등 여러 나라가 관련돼 있습니다. 쉽게 수색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비록 영구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앞으로 수년 동안은 지리한 수색 작업이 계속될 겁니다.
결정적으로 여객기의 파편이 떠오르거나 기름이 새어나온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수색이 진행될 해역이 실제로 여객기가 사라진 곳이 맞다면 의외의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여객기의 위치를 확인한다고 해서 곧바로 인양이 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여객기 위치를 파악하고 나서도 인양에는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실종기의 위치를 찾는 일, 그것이 최대의 과제입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여객기 실종이 40일째가 다 된 지금에 와서 여객기가 레이더에서 사라진 뒤 부조종사의 휴대전화기가 켜져서 지상 기지국과 연결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새롭게 조종사 관련 의혹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번 사건을 다루면서 항공 안전과 국가 위기 관리 능력에서 낙제점이라는 걸 전 세계에 충분히 알려줬습니다. 특히 수백 명의 인명이 관련된 사건에서도 조종사와 야당 지도자와의 관련설을 흘리는 등 정략적 태도까지 보였습니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입니다. (사진 출처 = 모두 외신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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