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측의 러시아 제재에도 서방 주요 기업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석유·천연가스 수급뿐 아니라 이미 투자해놓은 지분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영국 거대 석유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러시아에서 발을 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BP의 밥 더들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연차주주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BP는 러시아에서 계속 사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BP가 서방 측과 러시아 측의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P는 러시아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의 지분 19.75%를 가진 2대 주주로 이를 통해 지난해 4분기에만 10억 달러를 벌었다. 최대 주주는 러시아 정부다.
지난 4일엔 프랑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러시아에서 100% 생산한 '다트선'(Datsun) 새 모델을 내놓고 러시아 시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모스크바를 찾은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CEO는 "길에 얼마나 많은 구덩이가 있든, 우리는 러시아 시장 공략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다"고 강조했다.
르노-닛산은 러시아 합작사와 함께 러시아 자동차 시장의 32%를 점유하고 있다. 곤 CEO는 이를 2016년까지 40%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지난달 26일엔 독일 지멘스의 조 캐셔 최고경영자(CEO)가 모스크바 외곽 대통령 관저에서 직접 푸틴 대통령을 만나 투자 계획을 논의했다.
캐셔 CEO는 성명에서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러시아와) 대화를 계속하고자 한다"며 "대화는 장기적 관계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에너지 국영기업인 에니(ENI)도 최근 '정치보단 경제적인 면이 회사의 러시아 투자를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우주항공업체 '아리안스페이스'는 러시아 연방우주청(로스코스모스)에 소유스 로켓 납품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물론 이들과는 다르게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와의 사업 관계 진전을 보류하는 서방 기업도 있다.
스웨덴의 볼보는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 '우랄바곤자보드'(Uralvagonzavod)와 작년 9월부터 진행했던 협력 논의를 보류한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볼보는 "이는 크림반도 사태(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와 관련해 (사업상) 불확실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키예프 포스트는 11일 '적과의 거래'라는 기사에서 "상당수의 서방 기업은 전과 같은 태도로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며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러시아 못 떠나…" 서방 기업들 '적과의 거래' 계속
BP·르노-닛산·지멘스 등 "사업 계속"…볼보는 "협력 논의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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