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조 화환을 재활용해 부당 이득을 올리는 사기행각이 좀체 뿌리뽑히지 않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경찰 단속에도 미풍양속인 조화 문화를 더럽히는 악덕 유통업자를 근절할만한 대안이 없어 마치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습니다.
대전지방경찰청 수사2계는 오늘(8일) 헌 근조 화환을 새 물건인 것처럼 속여 되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사기)로 김모(52)씨 등 조화 제조업자 5명과 장례식장 위탁관리업체 9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2011년 11월부터 2년 3개월 동안 대전권 장례식장에서 이미 사용한 근조 화환을 헐값에 사들이고서 시든 꽃 몇 송이를 새것으로 바꿔 넣거나 리본만 교체한 뒤 정상 가격에 되팔아 13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조화 제조업체는 상주가 장례를 마치고서 예식 위탁업체 측에 처리를 맡기는 조화를 헐값에 넘겨받습니다.
근조 화환에 쓰이는 국화는 생육 기간이 15∼20일 정도 됩니다.
사흘 남짓한 장례식 절차 뒤에도 대부분 시들지 않고 제 상태를 유지합니다.
꽃 몇 송이만 갈아 끼우면 언제든지 완전히 새 화환으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업자가 마음만 먹으면 재탕뿐만 아니라 3∼4차례 리본만 바꿔달아 화환을 사용할 수 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최근 광주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35억원 상당의 차익을 남긴 지역 장례식장 조화 유통업자 37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습니다.
업계에서는 꽃 거래와 관련해 화환으로 유통되는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음성적으로 '조화 재활용 시장'이 형성돼 활성화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화훼농가에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박병덕 ㈔한국화훼협회 대전지부장(61)은 "조화를 포함한 화환 재사용 문제는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 행위로 생산자, 유통업자, 소비자 모두에게 해를 끼친다"며 "한 마디로 제 살을 깎아 먹는 것"이라고 성토했습니다.
이 같은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 2010년에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기업까지 나서 화환 제작자의 이름과 꽃의 정보를 공개하는 '화환제작실명제'를 대안으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정부도 3단 대신 1단으로 화환을 제작하거나 꽃과 받침대를 분리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한 '신 화환 모델'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 식장 내 화환 폐기시설을 설치해 운영하도록 권고하고, 재사용 화환 구별법이 담긴 홍보지도 배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은 아니다 보니 같은 수법의 범행이 슬며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시각입니다.
특히 조화는 다른 용도를 찾기 쉽지 않아 장례식장을 돌아다니며 재활용되는 행태가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고 업계 측은 귀띔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경찰도 일부 제조업자가 조화를 재활용하면서 이윤을 남기기 시작하면 주변에서는 도미노처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들지 않은 꽃을 그대로 버리기엔 아깝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현재 한 번 사용한 근조 화환은 '폐기물'로 분류해 파쇄 절차를 거쳐 버리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화 재사용 행태에 대처할 만한 묘책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뚜렷한 규정으로 보완하기에도 애매한 문제 아니냐"며 "화환을 간소화해 낭비를 막거나 리본만으로 대체하는 등 조문 문화의 변화 없이는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병덕 화훼협회 대전지부장은 "가장 어렵지만 근본적인 방법은 관련 업계의 자정 노력"이라며 "재사용하는 화환은 근조의 의미를 훼손하는 데다 시장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만큼 눈앞의 이익을 좇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미풍양속 좀먹는 '조화 재활용' 상술…근절 못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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