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네덜란드·독일 순방기간 만나게 되는 두 정상,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인 정치 지도자이다.
같은 패전국의 '멍에'를 진 국가의 당대 최고 지도자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거기까지다.
이들이 국제사회에 보여준 행보는 극단적일 정도로 차이를 보인다.
메르켈 총리가 철저한 전쟁반성과 전범 추적 끝에 국가를 정상화한 독일의 정상답게 집권후 늘 과거사를 정면으로 응시한 양심적 속죄의 발걸음을 보여준 반면, 아베 총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서 보듯 '보통국가화'의 완성이라는 미명 아래 몰역사적 행보로 주변국의 강한 비난을 샀다.
지난해 8월20일.
메르켈 총리가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독일 뮌헨에서 16㎞ 떨어진 다하우 나치 강제수용소 추모관을 공식으로 찾았다.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과 동성애자, 전쟁포로, 집시 등 20만여명을 강제 수용했고 4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던 독일내 최대 정치범 수용소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수감자들의 운명을 떠올리며 깊은 슬픔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독일인 대부분이 당시 대학살에 눈을 감았고 나치 희생자들을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자책했다.
단순히 전범 가해자들의 비인도적 죄상의 고발을 넘어 평범한 독일 국민들의 야만적 전쟁 폭력에 대한 외면, 이른바 '악의 평범성'(유대인 여성학자 한나 아렌트)을 지적하면서 독일 국민의 처절한 자기반성을 대표한 것이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2009년 6월에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독일 부헨발트 강제수용소를 방문해 헌화한 바 있다.
반면 아베 총리의 행보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지난해 12월26일.
그는 전격적으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단행했다.
비인도적 침략전쟁을 일으키고 수행한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곳을 현직 총리가 7년4개월만에 찾은 것이다.
그는 "정권이 걸어온 1년을 보고하고 전쟁의 참화로 고통당하지 않는 시대를 만든다는 맹세 전달을 위해 오늘을 택했다"며 참배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태평양전쟁의 패배로 강제당한 평화헌법을 무력화하고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이른바 '집단자위권'의 확보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노린 정치적 행보였다는 것이 주변의 대체적 관측이었다.
아베 총리의 이러한 행보는 전쟁에 대한 반성은 커녕 과거 일제의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미화한 것으로 비쳐지면서 전쟁 피해국인 한국과 중국은 물론 동맹인 미국의 강한 우려마저 낳았다.
양국 당대 최고 지도자들의 이러한 대조적 모습은 패전 후 과거사 청산에 대한 두 나라의 다른 접근에서부터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이 행한 전범에 대한 끝없는 추적과 피해보상, 올바른 역사 직시 등을 자민당 일본 정부는 보여주지 못하면서 상반된 정치 지도자를 낳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나치 친위대원이었던 92살 노인이 독일의 한 법정에 또 섰다.
유대인 살해 혐의로 이미 7년간 옥살이를 했지만 이번에는 레지스탕스 요원을 살해한 혐의가 추가된 것.
이처럼 독일의 전범추적은 전후 반세기를 훌쩍 지나서도 한치의 흔들림없이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일 정부는 홀로코스트 등 전범 피해자들을 넘어 외국인 강제노역자들에 대한 배상도 철저히 하는 한편 프랑스나 폴란드 등 침략전쟁 피해국가들과 공통 역사교과서를 편찬해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반해 아베 총리는 그 자신 A급 전범 출신으로 총리까지 오른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이다.
'아베의 일본'은 무라야마, 고노 담화 등 침략전쟁에 대한 2대 '반성의 문건'을 틈만나면 수정하고자 시도하면서 위안부 피해보상의 외면,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의 교과서 기술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헤이그=연합뉴스)
박 대통령 만나는 아베와 메르켈의 상반된 역사행보
메르켈 침략전쟁 속죄행보…아베는 야스쿠니신사 참배 獨·日 전후 과거사 청산 대조적 행보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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