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
▷ 한수진/사회자: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시장이 몇 달 만에 만났습니다. 그 만남에서 박 시장이 안 의원에게 선물한 책이 눈길을 끌고 있죠. 50대 베이비부머 세대를 담은 수필집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인데요. 이 책은 1년 전에 출간 되어서 당시에도 꽤 회자됐는데, 큰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왜 이 책을 주고받았을까요. 이 책의 저자를 한 번 만나봐야겠습니다. 관련해서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송호근 교수 / 서울대 사회학과: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교수님 책이 이렇게 또 화제가 되네요. 이 소식 듣고 어떤 생각 드셨어요?
▶ 송호근 교수 / 서울대 사회학과:
박원순 시장께서 그 책을 추천할 거라고는 생각 안 했는데요. 근데 그렇게 하니까 뭐, 기분은 좋더라고요. (웃음)
▷ 한수진/사회자:
박원순 시장과는 친분이 있으세요?
▶ 송호근 교수 / 서울대 사회학과:
박원순 시장이 저하고 동갑이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학교를 같은 해에 들어갔더라고요. 그런데 박원순 시장이 그 때 여러 가지 긴급조치 사태에 학교를 못 다니셨고. 저는 캠퍼스에 있었는데 같은 세대이고 같은 경험을 했고. 그래서 50대의 일종의 애환이라고 할까요. 지나온 삶의 궤적에 대해서 저하고 같은 공감대를 갖고 있는 분이죠. 그래서 그 책에 대해서 상당히, 50대가 해야 될 일에 대해서 아주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 이 책에 대한 평을 보면 말이죠. 베이비부머, 50대들의 인생 보고서다, 이런 말들이 많던데요. 교수님께서 직접 어떤 책인지 소개를 해주시겠어요?
▶ 송호근 교수 / 서울대 사회학과:
저도 50대 말이니까. 제 주변에서 50대들의 일종의 심리적인 방황이랄까, 이런 것들을 보면서 아무래도 세대론적으로 경험에 대해서 개념을 붙여주어야 하겠다... 예를 들어서 시인 김춘수의 ‘꽃’이라고 하는 시가 있잖아요. 뭔지 모르지만 이름을 불러주면 가슴 속에 꽃이 된다, 그런 것처럼 50대들이 상당히 방황한다,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해 왔는지에 대해서 자꾸 회의도 하고 허무에 부딪치기도 하고 그렇거든요. 그랬을 때 사회적 존재감을 나름대로 만들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건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세대론적 경험을, 한국에서 쌓아왔던 그것에 대한 개념을 만들어보고자 했던 것이죠. 일종에 ‘가교세대’ 같은 것인데, 가교세대라고 제가 이름을 붙였는데요. 가교세대라는 것은 아버지 세대, 부부세대하고 자식세대 사이를 부드럽게 연결했다, 연결하면서 그들의 자아를 잘 가꾸어오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50대들이 일종의 허무감에 부딪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고. 그건 뭐 저에게도 적용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베이비부머, 50대를 특정할 수 있는 한 단어가 있다면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 송호근 교수 / 서울대 사회학과:
‘자아정체성의 상실’이라고 하면 큰 이야기이지만, 자아정체성에 대한 분명한 느낌을 갖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청춘을 산업화에 다 바치고 가정을 꾸리려고 해왔는데. 막상 은퇴를 하고 보니까 내가 누군지에 대해서 막막한 심정이 들거든요. 그런 분들이 상당히 있고. 제가 이 책을 쓰고 났더니 여러 분들이 저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그 내용들이 대충 그렇습니다. “내가 무얼 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새로운 존재감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내용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젊은세대들이 보기에는 무슨 엄살을 많이 부리시는가, 이야기 하겠지만 그 마음속에 들어가 보면 막막한 심정들이 많거든요. 경제적으로 탄탄한 것도 아니고 전국에 한 750만 명 정도 베이비부머, 50대 750만 명 정도가 있는데. 그 중에서 상위층 200만 명 정도를 빼놓고는 밑에 한 500만 명 정도는 사실 노후 준비가 잘 안 된 분들이거든요. 이 분들이 갖고 있는 가족부양 의무하고 부모를 봉양해야 되는데, 이 의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 10년 정도를 더 버텨야 하는데, 버틸 수 있는 자원이나 수단이 마땅치 않거든요.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일을 더 할 수 있는데 일을 못하고, 이런 상황이 지금 50대가 처한 외적인 현실, 내적인 것은 공허하고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이런 이중적인 불안감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을 드러내 주려고 했죠. 그런데 드러내주는 것과 모른 체 넘어가는 것은 다르잖아요. 드러내주어야 내가 앞으로 어떤 형태의 삶의 스탠스를 취해야 하겠다, 하는 것을 알게 되니까 그런 것을 생각을 많이 했었죠.
▷ 한수진/사회자: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다리 역할을, 아주 큰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여러 가지 내적으로도 허무함에 시달리고 있고 어려움이 많다는 말씀이신데. 송 교수님께서도 베이비부머 세대라서 그런 느낌을 절절하게 느끼셨던 모양이에요?
▶ 송호근 교수 / 서울대 사회학과:
서울대 교수가 여러 가지 많이 가졌는데 그런 생각을 하느냐, 라고 아마 일반 독자들 또는 청취자 분들께서 그렇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사실 세대가 느끼는 공감, 세대가 느끼는 존재의 허무감, 이런 것들은 거의 비슷하거든요. 앞으로 40대와 30대가 50대로 진입하면서 아마 사회적인 현실이 변하지 않는 한 거의 비슷한 정서의 늪이라고 할까요, 계곡이라고 할까요. 그런 면에서 보면 세대 속의 자기 위치를 객관적으로 확인해보는 것, 조망해보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이건 50대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젊은 세대에게도 적용되는 그런 말이겠죠.
▷ 한수진/사회자:
이 책을 내고 나서 교수님께서 “베이비부머의 불안감이 박근혜 정권을 만들었다”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그런데 그런 면에서 볼 때, 박근혜 정부의 지난 1년은 50대 지지자들, 베이비부머들, 가교세대의 기대에 부응했다고 보세요?
▶ 송호근 교수 / 서울대 사회학과:
지난 선거, 대선에서의 투표 결과를 보면 50대에서는 70% 정도가 지지를 했다,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실제로 그랬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고 보면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일종의 작전 세력 비슷한데, 그렇게 보면 20대나 30대에서 고깝게 볼 가능성도 많이 있고요.
▷ 한수진/사회자:
세대 갈등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죠?
▶ 송호근 교수 / 서울대 사회학과:
네, 그렇습니다만. 그런 지지에 비해서 50대를 위한 정책은 그렇게 특별하게 나오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드는데.
▷ 한수진/사회자:
특히 어떤 점에서 그렇게 부응을 받지 못했을까요?
▶ 송호근 교수 / 서울대 사회학과:
50대가 처한 현실은, 밑에 아까 500만 명이라고 치면 200만 명의 퇴직자하고 300만 명은 자영업에 종사하는 분들이거든요. 위에 한 상층 200만 명은 전문가 그룹인데. 문제는 두 가지, 정책으로 나누면 2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주택 정책인데요. 이 분들은 작지만 가지고 있는 주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잘 활용하게 해주는 정책이 필요하고. 젊은 층에게는 주택을 잘 살 수 있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잖아요. 두 가지를 잘 맞추면 좋은데. 이게 지난번에 보니까 임대 주택에 세금을 부과한다거나 정부에서 조세자원을 확대하려고 굉장히 노력을 하고 있는데. 임대 주택을 원활하게 활용을 할 수 있게 해주면 좋은데, 여기에 세금이라고 하는 게 부과되니까 제동이 걸렸고요.
▷ 한수진/사회자:
주택정책 문제가 있고요. 또 어떤 게 있을까요?
▶ 송호근 교수 / 서울대 사회학과:
일자리는 사실 50대 퇴직자들에게는 정규직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파트타임이라든가 아니면 작은 수당이라도 공동체에 공헌할 수 있는 그런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한데. 아직은 그게 구청 단위나 시, 도 단위로 시도될 뿐이지, 전국적으로 어떤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고 국가 정책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요.
▷ 한수진/사회자:
정책적으로 일자리 문제를 뒷받침하고 있지 못하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 송호근 교수 / 서울대 사회학과:
50대는 일반 직장으로부터 공동체로 돌아오는 사람들이거든요. 공동체라고 하면 주민, 말하자면 동네인데. 거주지를 중심으로 해서 동네인데, 자기 공동체적인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건 커뮤니티거나 이럴 텐데, 그 커뮤니티 안에서 뭔가 할 수 있는 공공적인 일자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일본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을 보면 50대 퇴직자들은 직장으로부터 공동체로 돌아오게 하거든요. 공동체로 돌아와서 새로운 사회적인 존재감들을 느끼게 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해줍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우리가 좀 반성 해볼 필요가 있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이번 지방 선거에서 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50대가 심판자 역할을 할 거라 보세요?
▶ 송호근 교수 / 서울대 사회학과:
저는 아직은 기대는 접지는 않았고. 지방선거에서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층은 20대와 50대가 아닐까 싶어요. 왜냐하면 30-40대는 나름대로 정당에 대한 일체감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변하지 않는 세대라고 보면. 20대와 50대가 사회적 상황이나 현실에 따라서 진폭이, 지지의 변화의 진폭이 상당히 큰 세대라고 보면 20대와 50대가 중요한데 아직 지방 선거에서 50대가 기존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이 들고요. 오히려 젊은 층, 청년세대가 괄시를 받았다, 무시를 받았다, 지난 대선에선 그랬고요. 그래서 아마 거기에 대한 저항감 같은 것, 비판 의식 같은 것들이 지방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그렇게 조심스럽게 전망을 해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박원순 시장이 안철수 의원에게 이 책을 선물한 의미는 뭘까요? 20대와 50대를 다 잡아라?
▶ 송호근 교수 / 서울대 사회학과:
어떻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구체적으로 안철수 의원에게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좀 살펴주세요, 이런 부탁이 아니었을까.
▷ 한수진/사회자: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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