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1일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 수원지검 강력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습니다.
검찰은 이곳에 사는 국가정보원 사무관 최모씨를 환각제의 일종인 DMT(디메틸트립타민) 250g을 네덜란드에서 발송된 국제우편물 속에 숨겨 들여온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긴급체포하고 구속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마약 밀반입을 막아야 할 최씨가 국내 밀반입 사례도 거의 보고되지 않을 정도의 신종 마약을 들여온 사연은 가족들이 앓던 지병에서 비롯됩니다.
최씨는 2000년대 중반부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우울증을 함께 앓아왔습니다.
수년간에 걸친 정신과 치료가 차도를 보이지 않아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던 최씨를 좌절하게 만든 것은 17살 아들에게 내려진 ADHD 진단.
소아암을 앓아온 최씨 아들은 힘겨운 투병생활 직후 찾아온 극심한 ADHD와 ADHD에서 비롯된 우울증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10살 둘째도 얼마 안 가 중증 ADHD로 정상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자 최씨는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두 자녀를 이끌고 꾸준히 정신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해 민간요법까지 시도하던 최씨는 또 다른 민간요법을 찾던 중 브라질 원주민들의 전통 약물인 '아야와스카'가 ADHD와 우울증에 특효가 있다는 글을 보고 아야와스카 제조에 나섰습니다.
아야와스카의 주재료가 브라질 관상식물 미모사의 뿌리 가루라는 사실을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최씨는 미모사 뿌리 가루를 해외사이트를 통해 주문, 배송을 신청했지만 손에 넣지는 못했습니다.
DMT 성분이 다량 함유돼 국내에서 마약류로 분류되는 미모사 뿌리 가루로 의심되는 국제우편물이 있다는 공항 세관 제보를 입수한 검찰이 우편물을 압수하고 최씨를 체포했기 때문입니다.
체포 직후 검찰이 신청한 영장이 '직업과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돼 불구속 상태에서 최근까지 조사를 받은 최씨는 검찰에서 "미모사에 DMT 성분이 들어있어 마약으로 분류되는 줄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검찰은 또 미모사 뿌리 가루에 대한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ADHD와 우울증 치료를 돕는 성분이 일정 부분 포함됐다는 전문가 소견이 나오자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으로 분류된 물질을 들여온 이상 기소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조사 결과 최씨의 진술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돼 안타까운 면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씨는 "아야와스카를 만들어 마셔보고 효과가 있으면 자녀들에게 주려고 했다"며 "국정원과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줘서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신종 마약 밀반입한 국정원 직원의 안타까운 父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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