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밤 9시 반쯤, 수도권 1호선 전철 안양역 앞 광장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습니다.
인터넷 반려동물 카페에서 상습적으로 사기를 벌여온 21살 정모씨가 피해자들에게 붙잡힌 겁니다.
정씨는 키우던 개나 고양이를 상업적인 '애완동물 판매점'이 아닌 반려동물을 잘 알고 사랑으로 보살펴줄 일반 가정에 분양시키고픈 사람들과 개인 사정으로 인해 잠시 맡아 키워줄 사람을 인터넷을 통해 찾는 이들을 상대로 상습 사기행각을 벌여 왔습니다.
'가족처럼 잘 키우겠다.', '한 달에 한두 번씩 어떻게 자라나는지 보여주겠다.' 원주인들은 정씨를 믿었습니다.
좋은 새 주인을, 좋은 임시 보호자를 만났다 생각해 수십 만원하는 품종있는 개와 고양이들을 1만원에서 3만원만 받고 정씨에게 넘겼습니다.
하지만 정씨의 말은 거짓이었습니다.
개와 고양이를 넘겨 받은 직후 정씨는 원 주인들과 연락을 끊었고, 또다른 인터넷 반려동물 카페에 글을 올려 다른 이들에게 바로 팔아 넘겼습니다.
뒤늦게 사기인 걸 알고 반려동물을 되찾고자 하는 이에게 정씨는 거액을 요구하고, 동물에게 피해가 갈 거라며 협박하기까지 했습니다.
수십 건의 유사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피해자들은 정씨를 처벌할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하소연 합니다.
인터넷으로 만난 사람을 믿어 '소유권'을 넘긴 당신 잘못이라는 지청구를 듣습니다.
피해 금액도 적고 동물 사고파는 과정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이라 치부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땅한 반려동물 위탁시설이나 인수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일상이 바쁜 평범한 사람들이 '나의 개'가, '나의 고양이'를 보내거나 맡길 수 있는 가장 좋은 통로는 인터넷 반려동물 카페인 게 현실입니다.
피해자들이 직접 안양역으로 정씨를 유인해서 만난 뒤 따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반시간 동안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경찰도 아닌 피해자들이 강제로 정씨를 붙잡고 있을 권한은 없어 정씨는 유유히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피해자들은 정씨가 어디선가 또다른 반려동물 주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칠 거라며 걱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