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는 4일(현지시간) 위조품방지협정(ACTA) 비준 동의를 거부했다.
유럽의회는 이날 표결에서 반대 478, 찬성 39, 기권 169의 압도적 표 차이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제출한 ACTA 비준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지식재산권 강화를 위한 최초의 국제적 협정인 ACTA는 적어도 유럽 내에서는 발효할 수 없게 됐다.
ACTA는 위조품이나 특허 사용 계약 없는 제너릭 의약품(특허만료 약물의 복제약) 생산, 인터넷상의 불법 소프트웨어 및 음악 공유 등을 강력 단속해 지적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지난 1월 한국과 호주, 캐나다, 일본, 한국, 멕시코, 뉴질랜드, 싱가포르, 미국 등이 서명하고 EU와 EU 회원국 상당수가 가입했으며, 서명국 가운데 6개국이 비준절차를 마치면 발효된다.
그러나 이번 유럽의회 부결에 따라 다른 나라들도 비준을 거부 또는 무기한 연기해 ACTA가 국제협정으로서 발효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
EU 집행위와 회원국 정부들은 유럽 경제의 강점인 혁신과 창의성, 아이디어, 지적재산권 등을 보호하기 위해 ACTA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에 시민단체 등은 이 협정이 정부와 인터넷 공급업체에 콘텐츠를 사전 검열하고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자의적 권한을 너무 많이 부여해 인터넷의 자유로운 이용을 막고 사생활을 침해한다며 반대해 왔다.
비정부기구인 옥스팜은 ACTA가 세계 최빈국 주민들의 생명을 구할 값싼 복제약 값을 폭등시킬 것이라며 비판했다.
지난 2월엔 유럽 전역 50여 개 도시에서 ACTA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독일의 중도우파 정부는 협정 서명을 보류했으며 정부 서명을 마친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등 여러 나라도 의회 비준 절차를 보류했다.
이에 따라 유럽의회에서 비준동의안이 부결될 것으로 전망되자 EU 집행위는 ACTA가 유럽의 인권 관련 규약들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유럽사법재판소(ECJ)에 판단엔 맡겨보자며 ECJ에 판정을 의뢰했다.
유럽의회 내의 최대 정파그룹인 중도보수 계열의 유럽국민당(EPP) 역시 ECJ 판결 이후에 표결하자고 주장했으나 무위로 끝났다.
사회당과 녹색당 계열 뿐만 아니라 또다른 중도우파 성향의 정파그룹인 자유민주동맹(ALDE) 역시 ACTA 저지에 나섰기 때문이다.
반대한 의원들은 이날 부결 직후 "민주주의 환영, ACTA는 잘 가거라" "ACTA의 관에 또다시 대못이 박혔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치켜들었으며 시민단체들은 환영했다.
ACTA 협상과 서명을 주도한 EU의 통상 담당 집행위원 카렐 데 휘흐트는 "유럽 경제의 중추인 지적재산권 보호는 여전히 필요하다"면서 "의회 부결에도 불구하고 ECJ 판결을 기다릴 것이며, 다른 나라들과 향후 방향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ACTA가 결국 국제적으로도 폐기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유럽의회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09년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조약 발효 이후 유럽의회가 외국과 체결한 협정을 부결시킨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의회는 지난 2010년 EU가 미국과 체결한 대테러 협정의 인권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며 부결시키고 결국 재협상을 통해 안전장치를 강화한 협정을 통과시켜줬다.
(브뤼셀=연합뉴스)
유럽의회, 위조품방지협정 부결…인권침해 우려
국제협정 발효 불투명해져…사실상 폐기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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