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럽연합(EU)의 무역 빗장이 열리고서 1년이 흘렀다.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해 7월 1일 발효되자 EU는 공산품 전 품목의 관세를 5년 안에 철폐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국 상품이 EU 시장에서 일본 등 무역 경쟁국에 비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EU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이 16조4천억달러로, 세계 전체 GDP의 30%를 차지할 뿐 아니라 미국(14조3천억달러)보다도 앞선 세계 최대의 단일 경제권이다.
그러나 한ㆍEU FTA 발효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각종 무역 관련 통계를 보면 FTA 효과는 애초 장밋빛 전망에는 미치지 못한다.
정부 통계로는 지난해 7월1일부터 올해 6월15일까지 대 EU 수출은 12.1% 줄었다.
무역 흑자폭은 18억달러로 전년 동기(140억달러)의 12.9% 수준으로 축소됐다.
EU 제품의 수입은 13.5% 증가했다.
특히 가방(35.0%), 신발(31.0%), 시계(51.1%) 등 소비재의 수입이 늘었다.
이 때문에 FTA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EU에 안방시장을 내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관세가 없어진 혜택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돌아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적잖다.
실제로 정부는 명품, 와인, 소형 가전제품 등 FTA 수혜 품목의 국내 가격이 관세인하분 만큼 내리지 않았다고 경고까지 했다.
공정위원회는 최근 FTA 이후에도 국내 판매가격 인하를 막은 필립스전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수출이 줄고 무역 흑자폭이 준 것은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시작된 유로존 위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EU 국가들이 재정위기 탓에 수입이 위축된 것일 뿐 FTA 협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유럽 경기가 되살아나면 우리나라의 EU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FTA 발효로 관세 철폐 등 혜택을 보는 품목의 수출은 많이 증가했다는 것이 이런 낙관론의 근거다.
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자동차는 FTA 발효 이후 수출이 38.0%나 늘어났고, 자동차 부품 수출액도 15.8% 증가했다.
가격경쟁이 치열한 폴리에스테르는 4%에 달하는 관세가 철폐되고서 이탈리아에서는 한국 제품의 점유율이 3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벨기에에서는 수입시장의 80%를 점유하게 됐다.
안경테와 모조 액세서리와 같은 품목은 수출금액이 400% 이상 급증했다.
정부는 자동차 같은 FTA 혜택 품목군의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20.2%나 늘었다고 밝혔다.
한ㆍEU FTA는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부의 견해다.
FTA 발효 이후 11개월간 외국인 직접투자는 37억7천만 달러로 전년동기(27억9천800만달러)보다 35%나 늘었다.
특히 인수ㆍ합병(M&A)형 투자가 8% 늘어난 데 비해 신규공장 설립 등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가 42%나 증가했다.
FTA 발효로 투자여건이 개선되고 국가 매력도가 향상돼 외국인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중ㆍ장기적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되면 한ㆍEU FTA의 효과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10개 국책연구기관은 한ㆍEU FTA의 발효로 우리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향후 10년간 최대 5.6%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무역협회 통상연구실 명진호 수석연구원은 "중소업체의 FTA 활용 지원, 외국인 투자 유치 등에 정책 초점을 맞춰 FTA 효과를 극대화는 데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한·EU FTA 1주년 장밋빛은 아니었다
수출 줄고 수입 증가…전문가 "유로존 위기 때문"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