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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귀신이 나타나 '백제가 망한다, 백제가 망한다'라고 소리치고 땅 속으로 들어갔다. 왕이 이상하게 여겨 땅을 파보니 거북이 한 마리가 나왔다. 거북이 등에는 '百濟同月輪, 新羅如月新'(백제동월륜, 신라여신월- 백제는 보름달 같고 신라는 초승달 같다)이라는 글귀가 있었다.
왕이 무당에게 물으니 말하기를, "월륜과 같다 함은 힘이 가득찼다는 뜻이니 가득차면 기우는 것이요, 월신과 같다 함은 가득 차지 않았다는 뜻이나 가득 차지 않으면 점차 차게 된다는 것입니다"하니 왕이 노하여 죽여 버렸다. 누군가 말하기를 "월륜은 성하다는 뜻어요, 월신은 미약하다는 뜻이니 생각컨데 백제는 번성하고 신라는 차차 미약해질 것입니다"하니 왕이 기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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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濟同月輪, 新羅如月新'라는 참요 구절을 놓고 무당과 궐에 있던 누군가가 전혀 다른 해석을 했다는 고사다. 의자왕은 이 구절을 자기 편한대로 해석했고 결국 망국의 군주라는 비운의 길을 걷게 됐다. 물론 이 구절 하나 잘못 해석했다고 나라를 잃은 것은 아니겠으나 그런 인식이 화를 불렀다는 얘기일 것이다.
직접 비교할 일은 아니겠으나 새누리당에서 비슷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이재오 의원이 지난 18일 외신기자클럽 초청 회견에서 한 발언이었다. 분단 상황에서 국방에 대해 경험하지 않은 여성 리더십은 시기상조라는 말에 박근혜 전 위원장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이재오 의원 발언 다음 날, 박근혜 전 위원장은 이재오 의원의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1세기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분이 있나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 뒤 이어진 관련 질문에는 일체 답을 하지 않았다. 시대착오적이라는 짧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그날 이재오 의원 측에 전화를 걸어 박 전 위원장 발언에 대한 반응을 묻자 굳이 반응 낼 필요가 있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이재오 의원도 별 말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언론에서야 박근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별로 그런 것도 아니라고 했다. 굳이 반응이 필요하다면 "국방과 안보가 중시되는 분단현실을 감안한 발언으로 특정인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니다"라는 정도로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재오 의원은 꽤나 부글부글했던 모양이다. 그날 이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글 하나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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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이 엄마왈 '21세기 분단국가 있느냐'고 느닷없이 물어왔다
나는 지금 순천인데 하루종일 지역다니는데 무슨 헛소리냐
이번에는 내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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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이 엄마'라는 제3자를 동원해 참았던 말을 토해낸 것이다. 박근혜 전 위원장의 주장처럼 전 세계에 여성 지도자가 넘쳐나는 21세기이지만 한국은 21세기 지구상 유일한 분단 국가로 결코 같은 잣대로 재단할 수 없다는 반박이다.
(여담이지만 이재오 의원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면 종종 '깜이 엄마'라는 사람의 입을 통해 속 얘기를 하곤 한다. 한번은 이 의원과 통화를 하다가 '깜이 엄마' 얘기라며 트위터에 올린 글 내용을 물었더니 "그게 어디 내 말인가, 깜이 엄마가 한 말이지. 우리 동네에 깜이 엄마라는 사람이 있다. 골치 아픈 사람이다"라며 정색하고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이 '21세기 보편적 가치'에 초점을 뒀다면 이재오 의원은 '21세기 한반도 특수성'에 방점을 뒀다. 두 사람의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타당성이 있는지는 따로 따져볼 일이나 어쨌든 치고 되받는 두 사람의 설전이 은근하면서도 맵다.
사실 분단 상황에서 안보 이슈는 늘 정치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북한의 핵실험 이후 안보위기가 고조되면서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게 전세를 역전당했는가 하면 지난 1997년에는 이른바 총풍 사건이 대선판을 뒤흔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군복무 경험이 지도자가 갖춰야할 필수요건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예전 글에서도 말한 바 있지만 의무 복무 2년 경험을 가지고 군 통수권자의 자질을 말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또 군 경험을 너무 강조하다보면 자칫 군사정권이 내세웠던 안보 논리에 스스로 부화뇌동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이번 대선에서는 안보 문제가 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정략적 논쟁으로 변질되기보다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킬 수 있는 발전적 논의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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