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와 가장 가까운 종(種)인 침팬지가 돌을 감춰 놓았다가 낯선 사람에게 던지는 장면이 확인돼 이들도 계획적으로 남을 속이는 능력을 갖췄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17일 보도했다.
스웨덴 룬드 대학 연구진은 푸루비크 동물원의 우두머리 수컷인 산티노가 보인 이런 행동이 `사전 계획'과 같은 고도의 지적 기능의 진화를 밝혀줄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공공도서관 학회지 플러스원에 발표했다.
산티노는 과거에도 우리 주변 도랑에서 주운 돌들과 인공 섬에서 뜯어낸 콘크리트 조각을 차곡차곡 쌓아 두었다가 관람객에게 던지는 행동을 보여 주었지만 최근엔 아예 던질 짱돌들을 감춰 둘 장소를 미리 마련하기까지 하는 행동을 보였다.
산티노는 던질 돌들을 이전처럼 통나무나 바위 뒤에 감추는데 그치지 않고 마른 풀을 이용해 숨길 장소를 마련함으로써 전보다 더 앞날을 내다보고 혁신적인 사고를 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그는 발사용 무기들을 방문객 관람 장소 부근에 감춰 두고 딴 짓으로 관람객들을 안심시킨 뒤 이들이 물러설 틈도 없이 재빨리 공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많은 대영장류, 특히 우두머리 수컷들은 곁에 다가 온 사람에게 물건을 던지는 버릇이 있다. 이는 대부분 자신의 지배력을 과시하는 행위의 하나이자 사람을 물러서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른 침팬지들은 이런 행동이 벌어지는 동안 물러서 있음으로써 그의 지배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산티노는 이전에 자신이 손에 돌멩이를 쥔 것을 본 동물원 안내인들이 관람객들을 물러나도록 하는 일이 되풀이되자 결국 마른 풀로 돌멩이를 감출 장소를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은 산티노가 돌을 던지려고 한 뒤에 관람객이 없어 안내인이 그를 몇시간 동안 혼자 내버려둔 일이 있었는데 안내인과 관람객들이 다시 돌아오자 산티노는 손에 돌을 들고 태연스럽게 관람객들을 향해 다가왔다.
산티노는 그러다 도랑 물에 떠 있는 사과를 보고 멈춰 서서 건진 뒤 한 입 베어 무는 등 돌을 던질 의사가 전혀 없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관람객과 가까워지자 갑자기 이들을 향해 돌을 던졌다.
몇 차례 관람객을 속이려고 시도한 뒤 산티노는 자신이 속이려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 숨길 장소를 마련했다.
이는 그가 당장 공격할 대상이 없어도 미리 계획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는 산티노가 사전 준비를 하는 장소에 지금은 없지만 나중에 나타날 사람의 행동을 미리 예측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람과 똑같은 산티노의 이런 능력은 인류와 침팬지의 공동 조상이 어떻게 행동했을지 짐작케 하고 사고(思考)의 진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밝혀낼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침팬지도 계획적으로 남 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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