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서방의 바그다드 핵협상을 앞두고 양측의 기싸움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란 측 핵협상 대표인 사이드 잘릴리는 17일(현지시간) 국영TV 연설을 통해 서방이 자국의 핵개발 주권을 존중하지 않으면 바그다드 협상에서 협력이 어려울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잘릴리는 지난 13일에도 테헤란을 방문한 미셸 로카르 전 프랑스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압박 전략의 시대는 끝났다"면서 "어떤 전략적 오판이라도 바그다드 핵 협상의 성공에 방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또 최근 이례적으로 오는 23일 실험용 관측위성 파즈르호를 발사한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7년 이후 핵개발이나 우주 기술과 관련해 거의 전면적인 대(對) 이란 금수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서방은 과거에도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 실험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로켓 발사와 연관된 '도발'이라며 강력히 비난해 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3일은 미국, 중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을 포함한 이른바 'P5+1'과 이란이 지난달 중순 이스탄불에 이어 추가로 바그다드에서 핵협상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서방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다니엘 샤피로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이날 이스라엘 군(軍)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으며 이를 실행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샤피로 대사가 "군사력보다 외교적 수단과 압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전제하기는 했지만 최근 협상 분위기를 고려할 때 강경한 발언이다.
지난 13일에는 이란이 핵실험 의혹을 받는 파르친 군사시설 내 핵 기폭 제어실 도면이 AP 통신을 통해 공개됐다.
이란 핵 협상에서 서방의 창구 역할을 하는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역시 지난 11일 이란 핵 프로그램을 이례적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 압박 강도를 높였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이달 초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서로 날을 세우고는 있지만 정작 다음 주 바그다드 협상의 결렬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양측의 기싸움이 차기 협상에서 서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포석일 뿐, 협상 자체를 깨뜨리려는 의도는 아니라는 분석에서다.
14∼1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실무협의를 한 이란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1일 추가 협의를 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에 따라 바그다드 협상에서는 핵개발을 중단하거나 의심스러운 시설의 사찰을 허용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려는 서방과 평화적인 핵개발 권리를 인정받고 서방의 제재를 철회하려는 이란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두바이=연합뉴스)
이란-서방, 핵협상 앞두고 기싸움 '고조'
유리한 고지 선점 포석…양측 '줄다리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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