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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통(不通)하다 불통(佛通)될라

[취재파일] 불통(不通)하다 불통(佛通)될라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박근혜 전 대표는 이후 현안에 대해 최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자신이 나서면 자칫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내에 친박이란 계파가 엄존했던 만큼 불필요한 오해나 마찰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2008년 총선 공천과정에서 친박 의원들이 대거 낙천하자 "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지만 대체로 자신의 말에 충실했다.

그 때문일까? 당시 담당 기자들은 박 전 대표에 대한 취재를 할 때면 으레 주변 친박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일쑤였다. 국회 본회의 같은 공식 회의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달리 취재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의원들조차 수행하는 사람을 통하지 않고는 박근혜 전 대표와 직접 통화하기 어렵다는 마당에 기자들이 박 전 대표를 직접 취재할 기회를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렇다보니 기자 대부분이 친박 의원들로부터 박 전 대표의 발언이나 반응을 전해 듣거나 이곳 저곳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귀동냥을 해 기사를 채워넣기도 했다. 특히 각종 발언이나 행동에 대해 '이번 발언은 이런 뜻으로 봐야한다'거나 '박 전 대표의 성격을 모르나. 결코 저렇게 하지는 않으실 거다'라는 식의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현역 정치인을 눈앞에 놓고 그의 발언과 행동을 '해석'해야하는 수준이었던 셈이다.

당시 상당수 기자들이 이런 불통(不通) 현상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그 때마다 친박 의원들은 '지금은 공식 직책을 갖고 있지 않은 일반 의원 신분이라 그런 거다.'라거나 '전에 당 대표 시절에는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런 때가 되면 공식 조직과 라인을 통해 일하게 될 것이다.'라는 설명으로 일관했다. 그러는 사이 4년이 흘렀고 박 전 대표로서는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기다렸을 2012년이 밝았다. 대선이 있는 바로 그 해가...

그 동안 한나라당의 이름은 새누리당으로 변했고 박근혜 전 대표의 신분도 전국위원회가 선출한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바뀌었다. 의원들이 말하던 이른바 '공식 직책'을 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박근혜 위원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방식에는 변화가 없다. 급한대로 박 위원장의 일정을 파악해 그 앞에서 뻗치거나 아쉬운대로 친박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게 전부다. 박 위원장과 통화를 하는 건 4년이 지난 지금도 불가(不可)하다.

당 대표 자리는 늘 바쁘게 마련이다. 수백명인 국회 기자들을 일일이 상대해줄 시간이 없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상당수 대표들이 짬짬이라도 전화 통화를 했고 면담 신청을 하면 기자들과 만나줬다. 요즘 돈 봉투 사건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지만 박희태 전 대표가 그랬고 안상수 전 대표가 그랬고 홍준표 전 대표도 그랬다. 직접 통화가 곤란한 건 정몽준 전 대표 정도였지만 역시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다보니 이른바 친박 기자들은 불통(不通)이 되지 않기 위해 불통(佛通)이라도 해야할 지경이다. 부처님과 선문답 하듯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도 해야할 판이란 얘기다. 친박계의 이런 폐쇄적 분위기는 비단 언론과의 문제만은 아니다. 당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박 위원장이 취임하기 전 이야기지만 이른바 재창당 문제를 놓고 지난 해 말 쇄신파와 친박계가 충돌했다. 쇄신파 의원들은 박 위원장의 진의를 알고 싶다며 면담을 신청했지만 취임 전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박 위원장과 쇄신파의 면담은 의원 2명이 탈당을 한 뒤에야 성사됐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듯 했던 당내 갈등은 불과 단 한 차례의 면담으로 일단락됐다. 치르지 않아도 될 불통의 대가였던 셈이다.

이후에도 불통 문제는 또 불거졌다. 철통보안 속에 진행된 공천위원 인선에 탈이 난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이번 공천위원회의 테마는 국민 눈높이라며 정치권과 거리가 먼 인사들을 대거 외부인사로 추천했지만 평범한 주부라고 소개했던 진영아 위원이 과거 정치권에서 활동했던 전력이 드러나면서 발표 하루 만에 자진사퇴했다. 당장 '깜짝쇼'에만 치중한 부실 인선이었다는 비판이 일었고 박 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공천위원회 인선을 가급적 비공개로 진행하고 싶은 건 여야 어디나 마찬가지다. 일시에 공개해야 국민들에게 알리는 효과도 크고 또 그만큼 관심도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제대로 된 공천위원회를 구성하는 일이지 국민을 상대로 한 깜짝쇼가 아니다. 본말이 전도돼선 곤란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맞아도 당내 불만은 그저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명 개정 과정이 비민주적이라며 소집된 얼마 전 의원총회가 그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새누리당이란 이름이 발표되자 당내에서는 '어색하다', '교회 이름 같다' 등등 쓴소리가 이어졌다. 나아가 쇄신파 의원들은 최소한의 의견수렴도 없이 비대위가 당명을 결정했다며 성명서까지 냈다. 하지만 막상 의원총회가 열리자 격론을 예상한 기자들이 민망할 만큼 당명 개정 문제는 찬성 의견이 다수를 이루며 싱겁게 끝났다.

이런 상황은 공천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쉽게 바뀌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뭐든 쌓이면 터지게 마련이다. 아직이야 공천 기대감에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낙천자들이 하나 둘 생기면 불만은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할 수 있다. 그래도 당내 반발은 그러려니 하고 지나갈 수 있다.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 자신들 문제도 풀지 못하는 정당에게 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맡길 국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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