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삼키자니 그렇고 뱉을 수도 없고‥"
국내 건설업계가 이란을 두고 속병을 앓고 있다.
중견 업체들은 이란으로 못 나가서 괴롭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대형사는 손을 떼지 못해 답답한 실정이다.
24일 해외건설협회(해건협)에 따르면 최근 이란 진출에 대해 문의하는 중견사의 전화가 부쩍 늘었다.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공공공사마저 씨가 마르자 국내에서 일감을 찾지 못한 업체들이 이란으로 눈길을 돌리곤 하는 것이다.
이들이 이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자금력과 풍부한 사업 프로젝트 때문이다.
2005년 현대건설이 2~5단계 시공을 맡아 화제가 됐던 사우스파스 가스처리시설 등도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이란 측에서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용접·파이프라인 시공 등에 전문성을 갖춘 중견 업체들이 대상인데 통상 이란과 계약한 아랍에미리트(UAE) 업체가 주도해 계약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건협 관계자는 "중견업체 관계자들은 이란제재 상황을 잘 모른 채 프로젝트를 제안받았다고 연락이 오는데 참 난감하다"면서 "힘든 형편을 뻔히 아는데 그 사업은 안 된다고 말하는 우리 입장도 답답하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강제성은 없어요. 부 지침이고 개별 업체가 져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니까 안 하도록 권고하는 거지요. '내가 살길 찾겠다는데 왜 시비냐'면서 강행하겠다는 분이 있으면 전화통을 붙들고 30~40분씩 설득을 하죠."
해건협은 2010년 유엔 안보리가 대이란 제재를 결의한 뒤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이란 석유자원 개발 및 정유제품 생산·수입과 관련된 신규 투자와 수주를 자제하고 이란 관련 해외공사 수주·시행에 있어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정부가 사업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아니지만 업체 스스로 압박을 못 견뎌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에 따른 손해는 고스란히 업체의 몫으로 남는다.
실제 GS건설은 2009년 10월 이란 사우스파스 6~8단계 가스탈황 플랜트 공사를 1조6천억원에 수주했으나 미국과 유엔의 대이란 압박이 거세진 2010년 7월 "이란 제재강화로 사업진행이 불가능하다"면서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국내 건설업계의 대이란 수주고는 2007년 119억4천145만1천달러를 기록했지만 2008년 2억1천631만2천달러, 2009년 24억9천201만달러를 거쳐 2010년에는 1천675만5천달러의 마이너스를 냈다.
유일하게 이란에서 사업 중인 대림산업도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대림산업은 이란 제재법이 나오기 전에 LNG·LPG 저장탱크 설치와 정유시설 건설, 오일·가스 정제시설 공사 등 4건을 수주해 3건을 진행하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란 제재법이 처음 나오기 전에 계약해 예외 적용을 받아 공사를 진행 중이고 새로 나온 이란 제재법도 진행 중인 공사를 막는 것은 아니어서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 정유업체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해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달러 계좌가 막혀 유로화 70%, 현지화 30% 비율로 대금을 받는데 이란중앙은행의 유로화 보유고가 부족하면 미수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올해 말에서 내년 초까지 공사를 마치고 잔금을 회수할 예정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란 공사는 미국 눈치를 안 보는 중국이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면 나중에 제재가 풀려도 (이란이) 국내 업체에는 일감을 주지 않을 텐데 걱정"이라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서울=연합뉴스)
중견 건설업체들 '이란앓이'…왜?
해건협 "오일머니 넘쳐도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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