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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황 속 유일하게 호황인 곳?

'개명하러'…작명소 몰리는 사람들

[취재파일] 불황 속 유일하게 호황인 곳?

 '경기 안 좋다'는 말이 너무 많이 들리는 요즘입니다. 백화점들도 어제(25일)부터 무려 '2주가 넘는' 역대 최장 기간의 송년세일에 들어갔습니다. 그만큼 장사가 안 된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이런 경기 불황 속에 오히려 '호황'을 누리는 곳이 있습니다. 어딜까요? 바로 사람들 이름을 지어주는 '작명소'입니다.

 작명소? 신생아들 이름 지어주는 곳? 출산율도 낮은데 왜 작명소가 호황이냐고요? 최근에 '개명'을 원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대부분 이름이 촌스럽다든가,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된다는 이유로 바꿨다면, 요즘은 경기 침체로 먹고 살기가 어려워지자 '이름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며 개명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수도권의 한 작명소에 따르면, 전체 접수되는 작명 건 수 가운데 4분의 1가량이 개명 신청이고, 나머지 4분의 3이 신생아 작명이라고 합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신생아 작명이 (작명소) 일의 거의 대부분이었다고 하네요. 상당히 놀라운 변화죠?

                 

 그렇다면 요즘엔 어떤 사람들이 작명소를 많이 찾을까요. 개명을 하려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고 합니다. 특히 '빌 공(空)'자나 '적을 소(少)'자가 들어간 이름이 개명 신청이 많다고 하는데, '비다'와 '적다'는 뜻이 사업운이나 재물운이 없다는 것으로 인식돼 해당 이름을 가진 당사자들이 개명을 해달라며 작명소를 찾는 것이죠. '주라'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이름 때문에 남한테 모든 걸 '주는' 인생이 되는 것 같다며 작명소를 찾아왔다고 하네요. 이렇게 다양한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작명소를 찾아와 '개명'을 통해 인생이나 소위 '팔자'를 바꿔보려 하고 있습니다.

 개명이 급증한 배경에는 지난 2005년 대법원 판결도 한 몫 했습니다. 2005년 이전까지는 개명 신청과 절차, 허가 받는 것이 까다로웠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5년 말, 대법원이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차원에서 개명을 원칙적으로 허가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립니다. 이후 개명은 보다 쉬워졌고, 신청자도 꾸준히 늘게 됩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7만 6976건이었던 개명 신청 건수가 2008년 14만 6773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해에는 무려 16만 5924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개명이 그만큼 쉬워졌다는 걸 의미하는 동시에, 개명을 원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람 이름' 개명뿐 아니라, 가게나 사업체의 '상호' 개명 문의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성명학적으로 '돈을 잘 버는' 이름으로 기존 가게의 상호를 바꾸려는 사람들이 작명소를 찾고 있습니다. 상호 개명은 이름 개명보다 비용(?)이 2배나 더 많이 든다고 합니다. (이름 개명은 작명소마다 다르지만, 보통 10만원~20만원 정도 들고, 입소문이 난 곳은 이보다 더 비싸다고 하네요.)

 경기 불황에 이름이라도 바꾸면 나아질까 하는 절박한 심정이 서민들의 발걸을을 작명소로 이끌고 있습니다. 취재를 하기 위해 수도권의 한 이름난 작명소에 직접 가봤습니다. 작명소에는 이미 대기자들이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취재가 시작된 뒤에도 몇팀이 더 개명을 하기 위해 작명소를 찾아왔습니다. '오죽 답답하면 이러겠냐'는 사람들의 소리없는 외침이 저한테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 덩달아 제 마음까지 무거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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