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적 국가수반에 불과했던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향후 이탈리아 정계 개편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심에 섰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지난 8일 사임 의사를 표명한 이후 이탈리아 국내외의 시선은 일제히 올해 86살의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다.
젊은 시절 공산주의자였던 86세의 노(老) 대통령은 비록 국민의 광범위한 존경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탈리아 헌법 체계에서는 상징적 존재다.
그러나 최근 몇달 사이에 이탈리아 재정위기가 악화되면서 그의 역할은 급격히 커졌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최근 여야에 소모적인 정쟁을 중단하고 유로존 3위의 경제국 이탈리아를 구제금융 신청 직전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는 경제위기 해결에 집중할 것을 호소해왔다.
도덕적 호소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8일 저녁 하원의 2010년 예산 지출 승인안 표결을 통해 집권 연정이 과반 확보 실패가 확인된 직후 이뤄진 면담에서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임 약속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총리실의 발표가 있기 전에 먼저 이메일로 배포한 성명을 통해 유럽연합(EU)에 약속한 경제개혁안의 의회 승인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총리가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선수를 쳤다.
또 9일에도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사임 의사를 번복할지도 모른다는 시장의 의구심을 일축하는 성명을 냈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경제개혁안이 의회의 승인을 받는대로 총리직을 떠나겠다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결정은 확고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EU에 약속한 경제개혁안이 "수일 내로 의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둘 중 하나다.
여러 정파가 합의를 통해 새 총리를 중심으로 집권 연정을 구성하도록 종용하거나 아니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하는 것이다.
현 중도우파 연정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새 정부가 구성될 경우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최측근인 안젤리노 알파노(41) 집권 자유국민당(PdL) 사무총장이나 집권세력 내부에서 거중조정자 역할을 해온 지아니 레타(76) 내각차관이 새 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명된다.
알파노 사무총장에 대한 야당의 거부감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레타 내각차관이 더 앞서있다는 게 현지언론의 평가다.
야권을 포괄하는 거국내각 형태의 정부가 구성될 경우에는 경제관료 출신인 마리오 몬티(68) 밀라노 보코니 대학 총장이 유력하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금융시장의 불안과 이탈리아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해 새 정부 구성 합의를 오랫동안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빠른 시일 내에 의회의 지지를 받아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정부가 구성되지 않으면, 의회는 해산될 것이며 조기총선을 위한 선거운동이 곧바로 시작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의회 해산이 선언될 경우 이르면 내년 1,2월 중에 조기총선이 실시되고 그 결과에 따라 새 정부가 구성된다.
(제네바=연합뉴스)
'상징적 존재' 이탈리아 대통령 정계개편 중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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