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우리 주가의 변동폭은 상당히 컸다. 주요국 증시 중에 가장 큰 수준이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 비중이 높다보니(30%) 자국에 문제가 생긴 유럽계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증시를 뒤흔들었고, 또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 구성 측면에서도 대외불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현금화하기 쉽고 파생 상품이 많이 발달해있는 우리 금융시장 특성도 한몫했다.
그래서인지 증권을 담당하는 기자들은 물론 투자자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간밤 유럽증시와 뉴욕증시의 향방을 체크하는 일이다. 얼마나 빠졌나, 올랐나, 이유는 뭔가 외신들을 체크하게 되면 오늘 우리 장 흐름이 대충 예견이됐고, 실제로 상당히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국내 증시가 최근 외국 증시, 대외변수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영향을 덜받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10월 중순 이후 코스피와 미국 유럽 증시 사이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약해진 것이다. 지난 8월과 9월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큰 변동성을 나타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원인은 뭘까? 위에서 우리 증시의 변동성이 큰 요인들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여전히 수출의존도 높고 외국인 자금도 많다.
동조화가 약해진 이유, 일단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 과거 학습효과에서 비롯된 좀 '영리(?)'한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기관 등 주요 매매주체들이 유동성을 공급해서 충격을 완화하고 수급 측면에서 숨통을 틔여줬다는 것이다. 8월만해도 증시가 추락하고 위험한 모습을 보이면 개인도 썰물처럼 빠져나가 뒷북을 치고 손해를 보곤 했는데 최근엔 저가에서 꾸준히 매수세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분간은 저성장을 이어가겠지만 우리 기업 실적에 대한 견고한 믿음에 기반한 전망도 한몫했다.
최근 그리스가 유럽 정상들의 지원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갑작스런 돌발변수가 등장했을 때,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이 5% 이상 주가가 빠지고 미국 증시도 급락했지만, 우리 증시는 0.61% 내리는데 그쳐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기투자 성향의 외국인과 연기금이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큰 폭의 하락을 막았다는 평가다.
반복된 유럽 악재에 일종의 심리적 '내성' 비슷한 게 생기면서 기본적으로 유럽 정상들이 지원책에 합의까지한 마당에 그리스가 파산 단계로 가는 선택을 하진 않을 것이라는 시장 인식이 형성된 것도 한 이유다. 조금 더 배짱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그리스가 도박에 가까운 선택을 했지만 다분히 국내정치용이고 결국은 스스로 망하는 길을 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예측이 근거가 됐다.
전 세계 증시와 동조화가 줄어드는 모습, 단기에 그칠지 당분간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어차피 세계경제는 다분히 연계돼있고 무역으로 얽혀있는 상황인만큼 혼자 다른 길을 갈 수는 없고 또 가서도 안 되겠지만, 우리 금융시장이 '외국인의 ATM기'라는 오명을 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그런 영향에서 비껴가기 어렵겠지만, 좀 더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금융당국도 현재 검토하고 있는 바대로 무분별한 자본유출입에는 제약을 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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