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동아시아 센터장을 지냈고 중국 경제에 정통한 드와잇트 퍼킨스 교수를 만났습니다. 퍼킨스 교수는 지한파로 한덕수 현 주미 대사,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의 은사입니다.
KDI 40주년 기념 심포지엄 참석차 방한 한 퍼킨스 교수와 단독 면담을 하며 유로존 위기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과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 그리고 여담으로 하버드대 '객원연구원 논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78살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고 거침이 없었습니다.
퍼킨스 교수는 현재 유로존 빚 문제와 미국의 높은 실업률 문제가 앞으로 2~3년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이유는 정치적 리더십 부족이었습니다. 그리스가 파산하거나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더욱 어려워 질 때 독일과 프랑스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현 리더십으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유럽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면서 유로 존 위기를 해결하려면 역설적으로 독일과 프랑스에 좀더 안 좋은 상황이 생겨서 독일과 프랑스 국민들이 "이게 내 문제구나"하고 절감해야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역시 민주당과 공화당의 첨예한 대립으로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 전문가인 퍼킨스 교수는 중국의 경우 유럽과 미국으로의 수출은 감소하겠지만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은 늘고 있어 당장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다만 점차적으로는 세계 경제 둔화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특히 그 동안 중국의 고성장은 정부의 인프라 투자와 부동산 투자 등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이 부분이 정점에 직면했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퍼킨스 교수는 중국의 진짜 문제는 소비인데 현재 GDP의 35%를 차지해 평균 60% 수준의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낮은 중국의 소비가 늘어야 비슷한 수준의 고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의 경우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이 경착륙 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는 버틸 테지만 중국의 수출 감소는 중국 시장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비중이 높은 한국의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4%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일본 등 선진국들도 국민 소득이 만 달러~만 6천 달러에 접어들면 성장률 둔화를 겪었는데 한국 역시 이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5% 성장만 해도 '제2의 한강의 기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나마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선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를 해야 하고 서비스 부분을 키워 내수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진지한 질문을 다 끝내고 나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논란이 됐던 '객원연구원'과 '객원 교수'에 관해 물었습니다. 이 문제가 왜 선거 이슈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며 웃던 퍼킨스 교수는 '애정남' 못지 않게 명확하게 이 문제를 정리했습니다.
퍼킨스 교수는 자기 나라에서 직업이 교수이든 아니든, 하버드 대 각종 센터(자신의 동아시아 센터나 엔칭센터 등)에서 '객원 교수'로 평가하는 기준은 하버드 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강의를 하지 않는다면 모국의 직업이 교수든 아니든 'Fellow Researcher'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같은 지위를 다르게 번역한 것을 두고 논란만 벌인 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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