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민단체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소녀를 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한 후지코시(不二越)강재 주식회사를 전범기업 명단에 추가해 달라는 청원을 국회에 전달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23일 '근로정신대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에 따르면 후지코시 강제동원 문제를 다루는 일본 시민단체 호쿠리쿠(北陸) 연락회 회원 10명이 지난 21일 서울에 도착, 24일까지 머무를 예정이다.
연락회 회원들은 24일 오전 국회를 방문, 지난달 136개 일본 전범기업 명단을 발표한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을 만나 "후지코시를 전범기업 명단에 추가해 한국 정부 입찰을 제한해 달라"는 요청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일본 시민단체가 한국 국회를 상대로 자국의 특정 기업을 전범기업에 추가해 정부 입찰을 제한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쓰비시중공업에 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된 대가로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탈퇴 수당 99엔(약 1천500원)을 지급받은 양금덕(82) 할머니도 시민모임 관계자 등과 함께 이 의원을 만나기로 했다.
연락회는 2001년 근로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을 찾아 후지코시에 사죄와 피해 보상을 요구한 일을 계기로 2002년 3월 설립됐다. 회원은 일본 전국에 200여명이 있으며 피해자 할머니들의 소송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이국언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연락회 회원들은 이 문제와 관련해 매년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의 양심적 시민"이라며 "일본 시민단체가 후지코시를 전범기업에 넣어 달라고 직접 요청하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근로정신대라는 이름으로 강제동원된 인원은 1천700여명으로 추산된다"며 "이 가운데 무려 1천89명이 후지코시에 동원됐으나 피해 규모에 비해 후지코시는 지금껏 그다지 조명받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공업용 기계와 산업용 로봇 등을 생산하는 후지코시강재는 1928년 설립됐으며,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1945년 한반도에서 12~16세 소녀들을 근로정신대로 동원해 혹독한 조건 속에서 노역을 강요했다.
이 회사로 강제동원된 한국인 7명은 지난 1992년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결국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화해가 성립하면서 '해결금' 명목으로 3천500만엔을 받아냈다.
이에 당시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피해자와 유족 23명도 2003년 일본 정부와 후지코시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 등 1억엔을 지불하라고 요구하며 2차 소송을 냈으나 1심과 2심 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한국 국민 개인의 청구권은 포기됐다"는 취지로 소를 기각, 상고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명수 의원실 관계자는 후지코시가 전범기업 명단에서 빠진 데 대해 "일단 1차로 파악된 136개 기업을 선정한 것이고 완성된 명단이 아니다"며 "추가로 파악되는 전범기업은 수시로 명단에 포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민모임은 근로정신대 문제와 관련한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힌 미쓰비시중공업에 성의 있는 태도를 촉구하고자 24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사진전과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일 시민단체 "일본기업 전범으로 추가해달라"
호쿠리쿠 연락회 방한…일 시민사회 요청 전례 없어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