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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카드수수료 인하전쟁 막전막후

[취재파일] 카드수수료 인하전쟁 막전막후

싸움이 크게 붙었습니다. 출발은 미약했지만 지금은 꽤 큰 싸움이 됐고 서로 계산이 복잡해졌습니다. 싸움에 따라 달라지는 돈이 조 단위 금액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바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싸움을 시작한 쪽은 음식점중앙회였습니다. 카드가맹점 업주인 전국 음식점 주인들의 협회입니다. 처음 명분으로 앞세운 논리는 영세 음식점 주인들의 카드 수수료율이 너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카드 가맹점인 음식점은 2.7% 수수료를 내고 있습니다. 100만 원 카드 매출이 생기면 2만 7천 원은 수수료로 카드사에 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골프장(1.5%~3.3%), 백화점(1.5%~3.5), 대형마트(1.5%~2.5%) 등은 상대적으로 수수료를 더 적게 내고 있습니다.

카드사는 처음에는 카드 매출을 많이 올리는 가맹점에 수수료를 덜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설파하며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단골 손님 우대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는 반 월가 시위, 국내적으로는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압박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카드사가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이란 예상도 카드사에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여론은 점점 카드사에 불리하게 돌아갔습니다. 급기야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카드사가 자율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카드업계의 고민이 시작된 겁니다. 음식점 중앙회측은 18일 10만 명이 참석하는 결의대회까지 준비했습니다.

이러자 결의대회 전날인 17일 업계 1위 신한카드를 시작으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삼성카드, 하나SK 카드, 롯데카드 등 대형 카드사들이 일제히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2%~2.05% 수준인 수수료율을 1.8% 이하로 낮추고 적용 대상을 현재 연 매출 1억 2천만 원 이하 가맹점에서 연 매출 2억 원 미만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카드사별로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이렇게 되면 카드 가맹점 80%~90%는 인하 대상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방안은 16일 여신협회장과 신용카드 사장들이 회동을 가진 뒤 나온 결과입니다. 여신협회 측은 회동에서 이런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카드사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같은 날 비슷한 수준으로 내린 것을 보면 그말만 믿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면서 부가세법에 따라 음식점은 연 700만 원 한도(연 카드 매출 5억 원 수준)에서 세액 공제를 받기 때문에 세액 공제 비율을 빼면 앞으로 이들 업소가 내야 할 실제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은 1%대 미만으로 떨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음식업중앙회측은 "꼼수" 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어렵기는 음식업종 모두가 어려운데 연 매출 2억 원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음식업종 전체에 대해 1.5%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하 대상이 되는 카드 가맹점이 80~90%라고 카드업계는 주장하지만 이들이 부담하는 비율은 전체 음식업 업계 매출의 20% 수준이며 음식업 업계 시장 규모도 70조 원으로 자동차 산업 못지 않은 큰 손이라며 충분히 할인 혜택을 받을 만한 고객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모든 음식점이 반드시 신용카드를 받도록 한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신용카드 사용을 늘리기 위해 소득공제 혜택을 주고 세계에서 유례없는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를 통해 카드 업계를 키워줘 성장했으니 이제 특혜를 빼앗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영세 음식점을 위한 것으로 시작된 싸움이 점점 대형 음식점을 인하 대상에 포함시킬지와 법 개정 쪽으로 흐르고 있는 양상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인지 여당 대표가 신속히 올해 안에 음식점 가맹점 수수료율을 1.5%로 인하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밝힐 정도이기 때문에 당분간 수수료율 인하는 계속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카드사들이 이대로 순순히 손해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란 겁니다. 수수료율 인하로 업계 전체로는 1조 원 정도 수익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과거 사례를 보면 이 수익 감소분을 채우기 위해 신용카드 부가서비스 혜택 축소처럼 대부분의 카드 고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방침을 슬그머니 채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카드사들은 정부 압박에 재래시장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춘 뒤 "땅 파서 장사할 순 없다" 며 체크카드 부가 서비스 혜택을 잇따라 축소했던 '선례'도 있습니다.

힘들게 영업하는 영세 카드 가맹점 업주들에게는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자칫 카드 수수료를 둘러싼 이 싸움의 결과가 결국 기업형 대형 음식점에 혜택을 주고 대부분의 카드 고객은 부가서비스 혜택이 축소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도록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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