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전세계 경제위기 이면엔 정치 문제가 있다

[취재파일]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미국 대선에서 신참 빌 클린턴이 현직 대통령인 부시와 맞붙을 때 내건 구호로 유명해진 말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가 있다.

최근 불안감을 더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개 국면을 보면서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라고 지적하는 의견들이 많아지고 있다. 전 세계가 모두 금융, 무역 등 전방위로 연계돼 있는 상황에서 한 국가의 문제가 다른 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어느 한 나라 뚜렷한 정치적 리더십을 가지고 위기를 타개해나가는 곳을 찾아볼 수가 없어 한숨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금의 위기 원인인 '국가부채'문제는 '민간부실'과는 달리 해결 주체가 마땅치 않다. 즉, 민간 부실은 자기 구조조정안에 국가가 공적자금 부어서 이렇게 저렇게 봉합을 해내가곤 하지만, 재정 부실은 누군가 앞장선다고 급격히 줄여갈수 있는 실탄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침체, 유럽 재정위기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근본원인은 정책에 대한 시장 신뢰가 무너진 것인데, 그 배경엔 바로 정치적인 리더십 실종이 자리하고 있다. 위기의 한복판에서 열린 IMF 연차총회는 리더십 부재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는 모두들 일목요연하게 짚고 있지만 정작 구체적인 해결책은 도출해내지 못했다.

주요국이 내년도에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 대부분 현 리더들이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상황, 우연이라고 하기엔 전 세계가 너무도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도 내년도 대통령 선거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를 달리고 있다. 유로존에서 믿을만한 국가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마찬가지. 재정위기가 실제로 전개되고 있는 이탈리아는 점입가경이다. 국가는 언제 망할지 모르는데 연일 성추문에 휩싸여 한심하기 이를데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유럽 정치지도자들 그리스 구제안 놓고  의미있는 대책 내놓지 못하고 오랫동안 허송세월하는 사이 유럽의 위기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원인이 됐다.

               



이렇게 정부의 '영(令)'이 서지 않는 형국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는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위기 해소에 정치권이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면서도 경제성장 동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즉 긴축은 하되 성장은 해나가는 어찌보면 상반될 수 있는 어렵고도 미묘한 정책 과제를 수행할 여력이 과연 있겠나 하는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올 하반기, 내년으로 갈수록 더 짙어질 전망이다. 유로존에서 프랑스, 스페인 등이 내년 대통령을 선출하고 한국,미국, 러시아, 인도, 멕시코 등도 대선이 열린다.

선거를 앞두고는 대체로 대중이 싫어하는 정책을 꺼리게 되고, 자국 이기주의 쪽으로 흐르면서 국제공조는 더 어려워 질 수 있다. 막대한 국가부채를 줄여나가야 할 마당에 복지지출을 더 많이 써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결국 선거를 앞두고는 위기에 대처하는 의사결정이 쉽지 않고 더 오래 걸리고, 위기관리 능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이번 금융위기. 갈수록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국가간 공조만이 해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해법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어떤 나라도 정치적인 상황이 녹록치 않다. 모두 모여서 '위기는 심각하니 대책이 필요하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만 되풀이하고 어느 하나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도 서울시장 선거가 곧 임박했고, 내년 총선과 대선 등 큰 선거가 예정되어 있어서 계속 선거 정국이 반복될 것이다. '정치적 리더'를 뽑는 선거가 아이러니하게도 리더십 부재를 가져와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키우지 않도록  정치권은 -매번 그들이 항상 입버릇 처럼 말하는 - '국민을 위해'  좀 더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