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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블랙아웃 위기, 청와대는 몰랐다

[취재파일] 블랙아웃 위기, 청와대는 몰랐다

어처구니없는 정전 사태 다음 날(16일) 이명박 대통령은 불시에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를 찾아 관계자들을 크게 질책했습니다. 얼굴에는 노기가 서렸고 "국민들께 부끄럽고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조금 좁혀서 얘기하면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은 이번 정전 사태에 대해 지식경제부로부터 사전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전력거래소에서 지경부에 이르는 보고 체계가 시원치 않았으니 지경부에서 청와대로 이어지는 보고 체계 역시 그랬으리라 짐작이 갑니다.

지경부의 사후 보고 이전에 '아덴만 작전'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던 그 위기관리실에서 자체적으로 정전 사실을 파악했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후 보고는 어땠을까요? 초유의 순환 정전을 실시할 당시 실제 예비전력이 24만kW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청와대는 언제쯤 알았을까요? 엘리베이터에 갇힌 시민들이 구조되고 수조에 억지로 물을 퍼붓는 횟집 주인의 불편함 정도가 아니라 '블랙 아웃'으로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 뻔 했다는 사실을 이 대통령은 언제 알았을까요?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청와대는 당시 전력 상황이 '블랙 아웃' 직전이었다는 사실을 사흘 뒤인 총리실 관계 장관 회의(18일)를 통해서 겨우 알았다고 합니다.



전력시장 운영 매뉴얼에 따르면 예비전력이 100만 kW 이하로 떨어지면 순환정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합니다. 당시 이 매뉴얼의 준수 여부가 논란이 됐는데 결과적으로 전력거래소는 매뉴얼에 충실했던 셈이죠. 그렇다면, 대한민국 전체가 멈춰 설 수도 있었던 상황임을 청와대가 사고 발생 사흘 뒤에서야 알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정전 사태 당시 청와대는 "예비전력이 343만kW였지만 순간 최저치가 148만kw로 떨어져 어쩔 수 없이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청와대 관계자가 전력거래소 측으로부터 들은 전력상황에 대한 설명을 근거로 한 말입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거래소 측으로부터 "(당시 예비전력이) 거의 '엥꼬' 수준이었다"는 말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엥꼬'라는 말은 자동차의 기름이 다 떨어진 것을 뜻하는 일본 말입니다. 쉽게 얘기해 당시 예비전력이 바닥이었다는 사실을 전력거래소 측이 에둘러 얘기한 것입니다. 지경부 장관의 18일 기자회견과 19일 국정감사장에서 문제가 된 '허위보고' 논란의 단초로도 보입니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이 '블랙 아웃'의 위기는 지금까지 몇 차례 더 있었다고 합니다. 지경부는 전력 비상상황에 대한 매뉴얼부터 개선하겠다고 합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저층부터 단전하고 고층은 나중에 차단한다는 매뉴얼은 실제 맞지도 않다고 합니다. 저층, 고층에 이르는 전력선이 합해져서 구분할 수도 없다고 하는군요.

정부가 이번 기회에 뜯어고쳐야할 대상에 국가 최고 컨트롤 타워에 대한 보고 체계가 포함돼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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