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한국 펀드시장은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겪었다.
2004년 적립식 투자 열풍으로 시작된 주식형펀드의 인기가 급속도로 사그라졌다. 투자자들은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벗어나지 못해 환매 사태가 줄을 이었다.
최근 3년간 펀드시장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졌다. 해외채권형펀드만 안전하고 성적이 좋다는 평판에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운용사들의 비중도 달라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수탁고가 3년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나 삼성자산운용에 1등 자리를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 리먼사태 후 주식형펀드 40조원 급감
국내 펀드시장은 리먼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08년 8월을 정점으로 삼고서 이후에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14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체 주식형펀드의 설정원본(설정액)은 2008년 8월11일에 144조3천444억원으로 최대였다. 당시 코스피가 1,560대로 현재보다 20%가량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폭발적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설정액은 리먼 사태 직후인 2008년 9월16일 142조5천262억원을 기록하고서 연말 기준으로 계속해서 감소했다.
2008년 말 140조2천143억원, 2009년 말 126조2천317억원으로 눈에 띄게 줄다가 지난해 말에는 100조9천916억원으로 100조원선 지지마저 위태로워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투자자문사가 주도하는 랩어카운트로 자금이 몰린 탓에 시장이 더욱 침체했다. 투자자들은 자문형랩을 펀드의 대체재로 여겨 돈을 옮겨갔다.
지난해 3월 말 약 5천3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14개 주요 증권사의 자문형랩 잔고는 12월 말 5조7천억원으로 10배나 급증했다. 올해 7월 중순에는 10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지난해 9월2일부터 26거래일 연속으로 자금이 이탈해 역대 최장 순유출 기록을 세웠다.
전체 주식펀드 설정액은 올해 1월28일 99조원대로 떨어졌다. 주가 조정을 틈타 자금이 유입돼 이달 6일 102조5천48억원까지 회복했지만, 전성기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리먼사태 이후 주식형펀드가 찬밥 신세였다면, 해외채권형펀드는 비교적 관심을 끌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해외채권펀드는 리먼 사태 후 지금까지 3조2천329억원 늘었다.
선진국 국채에 주로 투자하는 글로벌채권펀드와 고수익채권에 투자하는 글로벌하이일드채권펀드가 설정액을 1조6천372억원, 1조3천45억원 각각 더 불리는 등 해외채권펀드의 성장을 주도했다.
주식보다는 안전하고 채권보다는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해외채권펀드에 몰렸다.
국내 채권형펀드는 낮은 수익률 탓에 성적이 부진했으나 설정액은 지난 3년간 6천55억원 증가했다.
◇ 미래에셋 수탁고 반토막…불안한 업계 1위
리먼 사태 이후 펀드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동안 자산운용업계도 지각 변동에 휘말렸다.
'공룡운용사'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수탁고는 3년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절대강자로 통했던 미래에셋의 위상이 가장 많이 쪼그라들었다.
리먼 사태가 터진 2008년 9월 중순, 미래에셋운용은 주식형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 재간접펀드 등을 모두 합해 61조원을 운용했다. 2위인 삼성자산운용(32조원)을 압도적으로 따돌리는 1위였다. 당시 한국투신운용(20조원)과 KB자산운용(18조원), 신한BNPP운용(16조원) 등이 3∼4위권이었다.
지금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운용의 수탁고는 지난 6일 기준으로 모두 33조원대로 엇비슷하다. 지난달 이후 두 회사의 순위는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펀드업계 1위 회사가 바뀌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전체 설정액 중 주식형펀드 비중이 67%에 이르지만, 삼성운용은 27% 정도다. 삼성운용은 특히 머니마켓펀드(MMF)와 재간접펀드 등의 비중이 높다.
리먼 사태 이후 주식펀드 업황이 갈수록 나빠진 탓에 주식형에 강점이 있는 미래에셋운용의 타격이 훨씬 컸다.
미래에셋의 펀드 수익률이 다른 경쟁사보다 부진했다는 점도 자금 집중 이탈의 원인이다.
제로인 자료를 보면 지난 3년간 미래에셋운용의 국내주식형펀드(인덱스펀드 제외) 수익률은 30.70%로,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 상승률 30.55%를 간신히 충족했다.
삼성운용(50.57%)과 한국투신(52.39%), KB운용(50.43%) 등 국내 경쟁사들은 같은 기간 모두 50%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운용이 2004년 이후 펀드업계 지존으로 부상했던 데는 탁월한 펀드 수익률에 있었다. 그러나 2008년 주가 폭락장에서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데다, 시간이 지나서도 차별화된 수익률을 보여주지 못해 다른 경쟁사의 추격을 허용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리먼사태후 펀드시장 '휘청'…운용사 지각변동
주식형펀드 설정액 40조 줄어 100조선 간신히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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