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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폭락장, 증권사만 웃었다

폭락장 속 거래 수수료 수입 짭짤

[취재파일] 폭락장, 증권사만 웃었다

최근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후폭풍이 우리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연일 큰 폭으로 등락을 거듭하며 혼돈 장세를 연출했다. 2000선을 넘었던 코스피는 1700선까지 급전직하했고, 지금은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단 급격한 하락세엔 제동이 걸린 상태다.

연일 증시가 추락할 때, 그야말로 개미들은 '패닉'이었다. 손절매 시점을 놓쳐 손실폭은 커져만 가고 약세장이 당분간 계속될 조짐이어서 회복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형국이기 때문.

매일 증권사 객장에 취재가면 고성이 오가곤 했다. 자기 자산이 깎아져 나가는 불편한 상황에서 카메라 기자들, 방송기자들이 취재하는게 반가울 수는 없었을 터. 개미들은 기관에 비해서 자금 운용기간이 단기, 자금 규모도 크지 않기 때문에 장기 투자나 가치 투자가 쉽지 않고 손실을 만회하려고 급급하다보면 결국 급락장 속에 손해 규모가 더 크게 마련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 당시에도 개인들은 주가가 떨어지면 사고 오르면 팔면서 맹렬히 대응했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는 외국인과 기관보다 손실 규모가 컸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조용히 웃는 곳은 따로 있다. 폭락장 속에서 짭짤한 수수료 수입을 올린 증권사들이 그것. 폭락장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8월 5일부터 12일까지 개인의 주식거래 대금(매도, 매수)은 68조5천억 원이 넘었다.

수수료율을 온라인 최저 수준인 0.015%로 가정해도 이 기간 증권사 수익은 102억 원이 넘는다. 평상시 장에서 6거래일간 통상 60억 원대 수수료를 올리는 것과 보면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여기에 빌려서 주식을 거래한 후 갚지 못할 때 반대매매를 하는 경우 수수료가 더 높기 때문에 증권사 수익은 훨씬 더 클 수 있다.

급등락 장 속에서는 옵션거래 같은 파생상품 거래가 급증한 것도 증권사 수익에 크게 기여했다. 통상 장이 크게 움직일 것이라고 보면 향후 사고 팔 수 있는 권리에 투자하는 옵션거래가 늘어나는데, 옵션거래 수수료는 주식거래의 10배에 달한다.

통상 7월말 ~ 8월초에 여름 휴가철이 집중돼 있어 주식거래 비수기인데, 이번에는 대외변수 때문에 증권사 수익에 상당히 기여를 한 기간이 된 셈이다.

물론 증권사들의 기본 역할이 브로커리지인 만큼, 이를 통해 타당한 수익을 얻었다는 것을 뭐라고 비판할 수는 없다. 다만 증권사들이 이번 폭락장을 전후해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본연을 역할을 했는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던 증권사들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아예 보고서를 내지 않거나 전망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등장했다. 물론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전망하는게 무의미하다는 게 이유였지만, 그런 말은 비전문가들도 할 수 있는 말이다.

폭락장세 직전까지도 괜찮다는 전망에, 미국 신용등급 떨어진 후에도 '위기는 기회'라며 투매에 가세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일부 개미들은 증권사들 권고 때문에 손절매 시기를 놓쳤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1500명이 넘는 애널리스트 중에서 '매도' 비중은 1%가 채 되지 않았는데,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15% 정도라는 통계가 있다. 이렇게 증권사들의 보고서가 낙관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애널리스트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많다. 투자자들의 거래가 많을수록 증권사 수수료가 늘어나기 때문에 증시가 조정 국면을 맞을 것이란 전망은 증권사 입장에선 별로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사도 어차피 영리를 추구하는 금융회사인만큼 독립적인 전망과 연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개미들이라는 점이 문제다. 정보의 비대칭성에 놓인 개미들은 증권사들이 내놓은 정보를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밖에 없고, 투자의 근거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여러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는데, 증권사 보고서가 보다 객관적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고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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