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조용해졌습니다. 잦던 비도 멈추고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시원합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날씨도 사실은 중북부만 누리고 있습니다. 남부는 가을장마처럼 거의 매일 흐리고 비도 오락가락하고 있어 답답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최근 날씨는 상당히 안정을 되찾은 모습입니다. 남부에 비가 오기는 하지만 여름 내내 이어지던 요란한 비와는 그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비교적 조용하게 이어지고 빗줄기도 많이 가늡니다. 강수량도 크게 줄어 천둥, 번개가 사정없이 치고 돌풍까지 불었던 한창 때보다는 힘이 많이 줄어든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쌍둥이 태풍 등장…다음 주말쯤 간접 영향 가능성"
이대로 가을로 가 버리면 참 좋을텐데, 평온하던 날씨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잠잠하던 태풍이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겁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두 개의 태풍이 동시에 생겨 호시탐탐 한반도를 노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직은 멀고 속도도 낮아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지만 말입니다.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조금 먼저 생긴 태풍이 11호 태풍 '난마돌'이고요, 미국 괌 북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이 12호 태풍 '탈라스'입니다. '난마돌'이라는 이름은 미크로네시아에서 제출한 태풍 이름으로 유적지의 뜻을 갖고 있고 '탈라스'라는 말은 필리핀 말로 나라로움을 의미합니다.
먼저 발생한 11호 태풍이 아직은 힘이 세지만 12호 태풍이 더 발달할 가능성이 커 그 진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 두 태풍은 서로 힘을 견제하기도 하고 힘을 합치기도 하면서 발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현재의 예상으로는 우리나라에 직접영향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다음 주말쯤 남동부 그러니까 영남과 영동지방이 태풍의 간접영향권에 놓일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후지와라 효과"
두 태풍이 서로 가깝게 자리잡으면서 세력을 키우는 경우는 태평양에서 비교적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워낙 방대한 바다인 만큼 두 개의 태풍이 동시에 성장하는데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이른바 쌍둥이 태풍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본 학자 후지와라가 가장 활발한 연구를 했고 이 때문에 쌍둥이 태풍의 움직임에 대한 여러 가지를 '후지와라 효과'라고 하기도 합니다. 후지와라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두 태풍이 어느 정도 가까워야 하는데,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략 1000km 안에 자리잡아야 서로에 대한 영향력이 커 진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쌍둥이 태풍의 진로를 예측하는 일은 하나의 태풍이 이동하는 경우보다 훨씬 힘듭니다. 두 태풍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이동하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많아서인데요, 후지와라 박사는 태풍의 이동을 다음의 6가지 경우로 분류해 정리해 놓았습니다.
먼저 한 쪽의 힘이 너무 강해 다른 한 쪽은 힘을 빼앗겨 급격히 소멸되는 경우를 들 수 있고요, 두 번째로는 한 쪽의 힘이 크기는 하지만 그래도 세력을 유지한 채 비교적 자기 갈 길을 가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한 쪽 태풍의 뒤를 졸졸 쫒아가는 경우가 있고요, 네 번째는 일단 한 쪽 태풍이 완전히 자기의 영향권에서 멀어질 때까지 기다린 뒤 제 갈 길을 가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로는 2개의 태풍이 서로 힘을 주고 받으면서 함께 이동하는 경우이고요, 여섯 번째는 둘 사이가 서로 멀어지면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주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대로 태풍의 진로를 전망하는 것 자체가 아주 힘든 일이죠. 여섯 가지의 경우 모두 인간세상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마 저 뿐만이 아닐 겁니다. 친구를 사귈 때를 떠 올리면 아마도 쉽게 이해가 가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정치권을 보면 힘의 균형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내년 총선에서는 또 어떤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이 연출될지… 괜한 걱정이 앞섭니다.
[취재파일] 쌍둥이 태풍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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