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헬기를 격추한 탈레반 반군이 오사마 빈 라덴의 원수를 갚은 데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영국 선데이 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신문은 미군의 추격을 피해 외국으로 도피를 시도 중인 반군 하키아르(24·가명)와 아프간 수도 카불 근처에서 만나 어렵게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그는 "우리가 격추한 헬기에 빈 라덴을 사살한 미군 특수부대가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기쁘고 더없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하키아르는 "그동안에는 우리 무기로 미군 헬기를 격추시키는 것은 꿈도 못꿨지만 우리는 해냈다"면서 "앞으로 동료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훈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키아르는 그러면서 격추 당시의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지난 5일 밤 아프간 동부 마이단 와르다크주(州)의 탄지 계곡에서 동료인 굴람 하즈라트와 함께 보초를 서고 있었다.
라마단 금식을 깬다는 의미의 '이프타르'로 불리는 식사를 서둘러 마친 이들은 밤 11시께 지도자 물라 모히불라로부터 미군이 6명의 탈레반 전사를 사살했다는 라디오 메시지를 전해 들었다.
하키아르는 앞으로 무슨 큰 일이 일어날 것같다고 직감했다.
두 사람은 약 1시간 뒤 헬기 한대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고 곧바로 달빛 아래에서 헬기의 희미한 그림자를 목격했다.
미군 헬기 치누크가 미군 전투용 헬기 2대의 호위 속에 불과 90여m 정도 앞으로 다가오더니 착륙을 준비한 것이다.
치누크가 눈높이 근처에 왔을 때 그는 무선교신을 통해 지도부에 발사허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허가가 떨어지기도 전에 동료 하즈라트가 휴대용 로켓포(RPG)를 이미 발사했다.
하키아르는 "그가 발사한 로켓이 헬기 안쪽에 명중해 폭발하면서 헬기는 균형을 잃고 추락해 나뒹굴었다"면서 자신도 로켓 한 발을 발사해 헬기 기수 부분을 맞췄다고 말했다.
화염은 헬기 전체로 번졌고 탄약에도 불이 붙어 다음날까지 탄약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고 그는 전했다.
두 사람은 지도부에 헬리콥터 격추사실을 보고한 뒤 무기를 놔둔 채 다른 동료들과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다음날 해가 뜨기 전 미군 병사들이 구조용 헬기 석 대와 함께 사고 수습을 위해 도착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키아르의 설명은 나토가 사고 직후 밝힌 사고상황과 대체로 일치한다.
그러나 그는 탈레반이 치누크를 계곡으로 유인해 격추했다는 아프간 정부의 주장은 부인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주도 다국적군은 미군 헬기 격추 사건 이후 탈레반 반군 지도자 모히불라와 헬기 격추 당사자인 하즈라트를 미군 F-16 전투기 공격으로 사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탈레반 반군의 미군 헬기 격추로 빈 라덴을 사살한 최정예 '팀6' 요원을 포함한 네이비실 요원 17명, 해병 특수요원 5명, 미 공군 특수요원 3명, 승무원 5명, 아프간 군인 7명, 통역관 1명 등 총 38명이 숨졌다.
이번 격추로 인한 미군 희생자 수는 2001년 아프간 전쟁이 시작된 이래 단일 사건으로 인한 미군 사망자 수로는 가장 많은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미 헬기격추 탈레반 "빈라덴 복수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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