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27일 `민생 회담'은 대학 등록금 경감 방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서 합의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여야가 줄곧 충돌해온 주요 쟁점들을 조율하기에는 이번 회담이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양대 의제로 꼽혔던 등록금 인하 방안과 한미 FTA의 국회 비준 문제는 예상대로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만약 이 두 의제에서 `대승적 해법'이 도출될 경우 이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 국정 장악력을 공고히 하고 손 대표도 차기 대선 주자로 입지를 키우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양측 모두 기본적인 시각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추경 편성 문제에 대해서도 찬반이 극명히 드러났고 저축은행 사태 해결 방안은 재발 방지책 강구와 검찰 수사 및 국정조사 협조라는 `모범 답안'이 제시됐다.
회담의 `6대 의제' 가운데 실질적 합의는 가계 부채 경감을 위해 정부가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민생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 예산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대목 정도였다.
다만 이번 회담이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간 회동으로는 거의 3년만에 열린 것이고 그 동안 여야 관계가 냉랭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득이 없었던 것만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가 대화의 문을 열고 서로에 대한 의심의 시각을 걷어내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대학등록금 인하나 한미 FTA 비준 문제 등은 양측 모두가 양보하는 것이 큰 부담인 만큼 첫술에 배부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일단 대화를 시작했다는 데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고착된 대립을 탈피해 대화 정치가 시작됐고 향후 난제들에 대해 언제든 만나 논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고, 한 핵심참모도 "대화의 문을 열었다는데 의미가 있지 않느냐"면서 "어떤 면에서 보면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도 "정부와 합의 내용의 숫자를 늘리는 게 초점이 아니라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청와대에 전달하고 이를 청와대가 받아들여 친서민 중심으로 바꿔나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게 손 대표의 속마음"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영수회담은 큰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과 손 대표 모두 정치적으로는 서로 손해볼 것 없는 회담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른바 `윈-윈'으로 표현할 정도는 아니지만 작게라도 서로에게 이익이 된 회담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야 관계도 최근까지의 대립 관계를 벗어나 서로 자극적인 공세를 지양하고 대화를 시도하려는 국면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통령과 손 대표가 다음 번에도 이처럼 주요 현안에 대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회담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전망이 많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이번에는 처음이니까 대화의 물꼬를 튼다는 의미가 있었지만 두번째에도 이 정도 결과밖에 못 낼 것으로 예상된다면 회담을 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대통령-손학규, 신뢰 구축 '첫걸음'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